집 떠난 지 13 일만에 어제 집에 왔습니다.
설 전에 삼박사일 제주 여행 다녀 오자마자 연휴 근무 정말 코피나게 일하고
지난 주는 피곤해서 근무 마치고 김해 집에 들어 가지도 않고 서면 숙소에서 지냈습니다.
토요일 자저 근무 마치고 2주만에 집에 와서 어젠 푹 쉬었네요.
이번주는 백수주간이라 많이 쉴 수있을 듯
여행 보고도 이제야 합니다.
설 연휴 때 아이들 집에 오는 기차표가 없어 어쩔까 하다가
그냥 제주에서 만날까 얘기가 나와
급조로 얼떨결에 다녀 온 제주 가족 여행입니다.
나와 아내는 김해 큰넘은 김포 작은 넘은 청주에서 출발하여
제주 공항에서 가족상봉 하였습니다.
만나서 제일 먼저 간곳은 43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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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같이 가면 꼭 한번 가보세요.
아이들이 우리 아픈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좋을 겁니다.
43당시의 참극 뿐 아니라 43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외면한 긴 세월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진상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바르게 돌리려는 노력의 세월들이
바로 우리 현대사라는 것도 알게될겁니다.
첫ㅎ날 저녁은 신제주에 있는 차돌집이란 식당입니다.
아이들 어릴 때 자주 갔던 식당입니다.
작은 애가 초등 일학년 때이니 20 년 전입니다.
차돌배기가 주 메뉴인데 차돌배기 맛이야 비슷하겠죠.
아이들은 고기보다 서비스로 내주는 보글보글 된장찌게를 좋아합니다.
도가니를 넣어 우려낸 국물로 만든 찌게입니다
아이들은 첫 숟갈 떠먹자 마자 아!!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너스레를 떱니다.
그리고는 옛난 얘기들 꺼집어냅니다.
아빠 여기서 아주 매운 고추먹고는 다 뱉아 내고 바같으로 나갔다 들어왔다 투덜투덜
욕도 한것 같아.
아빠랑 같이 먹고 나가는 데 누군가가 우리 식사 계산을 하고 갓다해서
우린 에이 배 터지게 먹을 걸 그러고 아빠는 누군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던 기억도 나고
둘이서 싸운 얘기 같이 뭘 먹은 얘기
그 어릴때 일들을 같이 기억해 내고는 깔깔거리고
무지 시끄러운 저녁이었습니다.
맛의 기억 하나로 이십년 전의 추억을 꺼집어 낼 수있다는 게
그런 맛을 변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는 게 고맙기 까지했습니다.
맛 뿐 아니라 식당 안팎도 여전히 허름합니다.
20 년전에도 그랬으니 지금은 더더욱 ..
아이들은 학교에 가보자는 걸 저녁이 너무 늦어 숙소인 애월로 갔습니다.
애월 근처에도 추억 서린 곳이 많습니다.
특히 한담 바닷가에 자주 갔었는 데
그곳에 누군가가 별장으로 초가집을 지어 가끔 가곤 했었는 데
그 사람은 아이들이 다 커고 나니 갈일이 별로 없다고
이런 별장을 가지고 있으면 관리하는게 귀챤아서 좋질 않아
그보다는 이런 별장을 가진사람과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게 더 좋다면서
제게 열쇠를 건네 주더군요.
그래서 여름부터 가을 까지 자주 들렀던 기억이 납니다.
마당 가득 키큰 선인장이 가득해서 선인장 집이라 했습니다.
돌담 바로 너머로는 바다가 넘실거리던 곳이었습니다.
아주 한적해서 한담이란 이름이어울린다 했었는데
지금 그 부근도 이효리 덕분에 많이 유명해졌다네요.
한담 가기 전 애월 바닷가에 친구가 있는 데
이 사람은 오디오룸이 23평입니다.
다른 것 없이 오로지 오디오룸입니다.
무지막지 커다란 평판스피커로 음악 듣는 별난 친구인데
20년 전 에 집에 정자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정자이름을 해원정 이라 했다더군요.
그럴듯한 이름이긴 한데..
그리고 십년 전 쯤에 갔더니 정자 앞에 연못을 팠답니다.
연못이름은 아영지
그것도 그럴듯한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 집은 내가 접수해야 하나봅니다.
제 큰애 이름이 해원 작은애가 아영이니까요.
왜 남의아이 이름을 훔쳐서 정자와 연못이름을 짓는 지
별난 친구입니다.
다음에 한번 들러보자 하고 지나쳤습니다.
이틀날은 차귀도에서 배낚시
잔챙이 열마리 정도 잡았습니다.
큰애는 고등어 잡고 싶다했는 데
난 그래도 뱅어돔은 잡아야지 했다가 손바닥만한 피래미같은 열기만 열마리.
아주 오래 전
20년전 제주에서 살 때 보다도 훨 씬 더 오래 전
무인도인 차귀도에 간 적있습니다.
물론 낚시꾼들이야 가겠지만
전 낚시 꾼도 아닌데
어선 한척 빌려서 2만원이란 거금 주고 (40년 전입니다. 제겐 큰돈이었죠.)
단지 저녁 노을에 반해서 혼자 배 빌려서 갔지요.
그런거 보면 저도 좀 별납니다.
오후엔 곶자왈 산책했습니다.
오래 전에 곶자왈에 가면 길을 잃어 버려 혼 난적이 있었는 데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라서 곶자왈 공원에 갔습니다.
길이 잘 나 있어 편하게 산책했습니다.
곶자왈은 자갈과 돌이 많고 잡초와 나무가 많아 버려진 땅입니다.
난대림과 양치식물이 우거진 원시림입니다.
제[가 제주에서 좋아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일정에 넣었나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곳이 곶자왈 특히 애월 곶자왈입니다.
그리고 사려니숲인데 사려닌 아이젠이 없다고 입장 시키지 않아 이번에는 못갔습니다.
오설록에 들렀다가
저녁은 춘심이네라는 갈치 한마리 통채로 구워주는 식당
유명하다는데 가격은 꽤나 비싼데
뭐 부산 기장 못난이네 보다 별로 였습니다.
하긴못난이네는 더 비싸긴하군요,
서귀포 파크 션샤인에서 자고
아이들은 이 호텔 정말 좋답니다.
뭐가 좋으냐니까 침대가 너무 편해
잠순이들 ..
세쩻날은 우도
제주 살때 우도에도 자주 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한 해수욕장이 금릉과 산호사여서 ..
이번에 가보니 산호사의 흰모래 (산호 조각이라 알고 있었는 데 뭐 어떤 생물체의 사체라고 하더군요)
가 거의 없어져 그냥 모래 만 가득 ..
사람들이 우도로 많이 오면서 가져가서 그렇다고.
오래 전에 시월애란 영화에서 우도에 건물을 짓길래 질겁했었던 적도 있고
이번에 산호사 해수욕장보고
우도는 옛 추억에 묻어 둬야 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차돌집처럼 손상되지 않은 추억을 간직할 장소는 아닌 듯
일출봉을 배경으로 갈매기가 힘차게 나릅니다.
모 영감이 나만 보면 등대를 깨겠다고 해서 지금 다 깨졌을 것 같아
이 등대로 개비할 까 생각 중입니다.
반대로 잂출봉에서 본 우도
그날 저녁은 고등어회
성산횟집이란 곳인데
일출봉 주차장 들어가는 곳 근처라 관광식당으로 보이지만
뭐 어쨋 건 회맛은 끝내줍니다.
이날 숙소역시 일출봉 근처 모텔인데
아이들이 이건 뭐 합숙소같다고 웃습니다.
싱글침대 네개를 나란히 ..
그래도 바다도 보이고 좋네요.
다음날은 아이들이 맛조개 잡던 종달리 해수욕장과 세화리 바닷가 산책
모래에 숨구멍이 난 곳에 소금을 살살뿌리면 조개가 나옵니다.
별 맛은 없지만 아이들이 재밌게 잡았던 추억이 서린 곳
그리고 추억보다 여기서 부터 아주 아름다운 바닷가 가 펼쳐집니다.
물론 제주 바닷가 아름답지 않은 곳 없겠지만요.
제주 어디서나 볼수 있는 풍경들입니다.
조금 더 가서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나오려는 찰나
우수수 늘어선 카페들아 보여 서둘러 떠났습니다.
동문시장 들러서 이것 저것 사고 먹고 놀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부터 아이들이 예약하고 준비하고
뱅기예약도 숙소예약도 일정도 렌트카도 아이들이 다 알아서 준비했습니다.
렌트카 운전도 아이들이 하고
계산까지도 ..
전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다 마치고 금일봉 하사
나중에 설때에는 두배나 되는 봉투를 명절이라고 받았습니다.
저번에 생일때 받은 돈으로 금을 샀었는 데
이번에 또 금을 살까 하는 생각 (물론 속으로는 앰프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 꿀떡 같지만 )
아이들이 정말 빨리 커서 이제 정말어른이 다 됐나봅니다.
아이들은 다 큰지 오래 됐거든 할 테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도 어린줄 알았더니
언제 이렇게 컸지?
그만 큼 난 많이 늙었겟지요.
그만큼 컸으면 빨리 시집이나 가거라 이것들아..
오래전에는 제주에는 바닷가 절벽들 오름 한라산 곶자왈 비자림 같은 자연들이
관광자원들이었는 데
이번에 가보니 테마 파크 박물관 같은 인공구조물들 위주로 바뀌었더군요.
아이들이 오래 전 제주에 있었던 기억 때문인지 테마파크나 공원에는 갈 생각을 하지 않네요.
내가 성박물관 가자해도 싫다하고
삼봉영감이 추천한 나뭇꾼과 선녀에 가자고 졸라도 별로 같다고 안갑니다.
김영갑갤러리 가자해도 안가고,
우도에서 점심 먹으면서 옆에 앉은 큰애 더러 사진 찍자니까 이럽니다.
어릴 때도 사진 찍자하면 혀를 턱까지 빼물기도 하고 눈을 휘둥그레 까서 흰자만 보여주기도하고..
맞은편에 앉은 작은 애도 찍었습니다.
작은애는 반대로 사진찍자하면 이쁜척 합니다.
친구들이 옆모습이 더 좋다고 하더라면서 폼도 잡고 .
그래도 이번 여행 내내 어릴때 기억들 얘기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형제들이라 간만에 만나 이런 저런 얘기로 저들 끼리 재밌게 지냅니다.
이제 내가 애들에게 여행가자고 졸라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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