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커피 보내주세요"
설 명절에 오지 못한 큰 딸의 영상통화를 보고
그래도 바쁜틈 설 명절에 내려온 아들을 올려보내는 길, 마침 이틀의 휴무가 아내와 맞아떨어져
직접 서울로 천리길 달려갔습니다.
"아빠의 커피"가 좋다는 그 말에 딸 바보인 나는 큰 딸을 위하여 이틀 열심히
마이더치 2셋트를 열심히 가동하여 겨우 더치 커피 5병을 억지로 만들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4.6병 정도 되겠네요
그렇다고 시간이 더 주어지거나 더치 기구가 더 있는것이 아니었기에
이 정도면 당분간 큰 딸이 마실 양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머나먼 거리를 달리고 달려서 서울로 진입했습니다.
언제나 처럼 운전하기 정말 싫은 서울거리를 헤집고 큰 딸과 만나고
짧은 시간이나마 인사동 거리에서 불과 몇 키로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인사동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아들을 데리고 인사동 거리도 걸었습니다.
몇 번을 서울에 다녀왔지만 서울 거리 한번 제대로 걸어본 적 없었고
언제나 허급지급 시간맞춰 시골로 내려오기만 했던 날들...
오늘은 모처럼 고등학교 시절 시합때문에 혜화동 여관에 짐풀고
서울여고생 하나 못 꼬시면 숙소로 들어올 생각마라며 여관앞을 지키던 선배들 때문에 입속 한가득 욕을 담고 걸었던 고등학교 시절 추억에 대비하여 본 저 고궁의 담벼락 거리들이 별로 변한것이 없다며 옜날 이야기를 하면서 거리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울 거리에서 잠시 추억에 잠겨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은 참 살기 어려운 곳 입니다.
비록 내 자식들이 속해 있는 곳이지만 어렵게 살아야하는 자식들의 삶이 안스럽고 제대로 갖추어 주지못해 미안한 감정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녁은 모처럼 서울의 전세족을 탈피해 근교에 근사한 전원주택을 짓고 있는 작은 처남가족과 함께 하고
태어나서 첨으로 월남쌈이란것도 먹어봤습니다.
촌티 팍팍 내면서...ㅋㅋ
그리고 서울외곽 처남의 집에서
술잔을 나누다 잠이 들었습니다.
내 트럭과 굴삭기를 빌려간지 6개월 .. 이제 처남의 근사한 전원주택은 곧 완성될 것 같습니다.
서울의 전세족 보다
한강을 내려다 보는 곳의 멋진 전원주택 거주가 아무리 재고 재어도 나아 보입니다.
처남과 처남댁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줍니다.
물론 처남의 그런 결단에 훌훌 털고 시골로 완전 이주해서 살고 있는 우리 부부의
일상이 큰 영향을 주었겠지요.
나 역시 몇 번 수도권 근무의 기회가 있었지만 직장생활 동안 겪어본 서울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포기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착하여 사시는 많은 서울 분들은 이미 한 분야 벌써 성공하신 분들
아닐까요?
처남은 지하층을 포함하여 3층규모의 주택을 건축중인데
언덕을 이용한 넓은 지하실을 도서관으로 이용하겠다는 교육자 다운 발상도
웃음짓게 만들더군요.
다음날 새벽길을 재촉하여 내려오는 길은 촉촉하게 비가 내렸습니다.
일정만 아니면 이런 비오는 날은 취향에 맞춘 음악을 들으며 끝 없는 소슬길 드라이브를
즐겨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이틀 여정의 아내는 조수석에서 곤하게 잠이 들었고 나는 또 먼 길을 달리고 달려서
편안한 내 시골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구입한 아메리카노 한잔...
아무리 따라해보려 해도 그 고소함 만은 제대로 따라해지지 않는 고소한 아메리카노....
역시 커피는 타인의 커피가 맛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