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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는 답이 없는거죠. 애당초 공연용시설이 아니니까.
바로 똑같은 경험을 제가 그 자리에서 했죠.
김선욱이 연주하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반주하는 기가 막힌 공연이었는데 PA로 증폭해 30년대 SP보다 밸런스는 더 안맞고...
극동방송 부산지국 개설 기념 공연이었는데... 더 기가 막힌 건 마지막에 흰옷 입은 애들이 우르르 무대로 기어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눈치 까고 퇴장해버렸죠. 교회 애들이 올라가 할렐루야를 합창하더군요.

당시 정명훈에 대해 제가 쓴 글이 기억나네요, 연주자라면 자기 공연이 최상의 조건에서 이루어질 것을 보장받는 자존심이 있어야 하는데 돈만 주면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가, 하구요.
물론 그러다 서울 오가며 정명훈 공연을 많이 들으며 그 불쾌한 기억을 기억조차 못하게 되긴 했습니다.
뭐 최근의 일을 통해 다시 떠올리긴 했지만.

    헉, 정명훈의 서울시향 연주를 벡스코에서 했다고요? ㄷㄷㄷㄷ
부산문화회관 놔두고 왜 거기서 했을까요.

저는 정명훈 얘기만 나오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서울시향 맡아서 지휘 한 지가 몇년인데 그동안 한번도 공연을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 티켓액면가가 10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많이 사서 여기저기 뿌린 거지요.
그러자면 일단 큰 공연장이 필요했겠죠? 자리 하나 늘리면 고스란히 다 수입인데.
무대야 보이든 말든 배치한, 해운대 백사장에서 공연할 때 쓰는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대형 PA 시스템. 음질도 저질이지만 거리차 때문에 음향은 몇겹으로 겹치게 될 수 밖에 없죠.
머리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도 정명훈, 서울시향 조합은 그렇게 자주 접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퀸 엘리자베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다음 해의 김선욱인데. 아, 지금 생각해도 열오르네요.

벡스코는 클래식 공연에는 완전 꽝이죠. 부산에 공연장이 얼마나 많은데,

장삿속 아니면 벡스코에서 할 이유가 없습니다. 공짜라도 보러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