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전에는 정말 와싸다 열혈회원이었는데... 점점 유령회원으로 전락하고 만 이병욱입니다.
이 공간에는 제가 대학생 시절부터 고민했던 학업, 취업, 사회문제... 취업 이후에는 연애, 부동산, 재테크. .심지어 차 구입하는 고민까지... 최근에는 제 아들 작명부탁까지... 정말 제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이 나이테처럼 새겨져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폐렴에 자주 걸려서.. (사실 지금도 모 대학병원 입원실에서 이 글을 씁니다.)공기청정기 구입과 관련하여 질문 글을 올렸고, 답해 주신 글들을 확인하려고 들어왔다가, 뜻하지 않게 조창연님의 이벤트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민망하기도 하고, 염치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하여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저에게는 참 사람 좋으신 장모님이 계십니다.
처가 거실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을 통해서만 뵈어온 장인어른은 언제나 저와 연배가 비슷하십니다.
장인은 처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즘 대장암으로 투병하시다가 작고하셨습니다. 장인이 4대독자 홀어머니를 모시고 계셨기 때문에 장모님은 3남매와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책임지셨습니다.
사위인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정말 치열하고 악착같이 살아오셨던 것 같습니다. 홀시어머님 봉양 잘하셔서 편히 천수누리시게 하시고 아드님 곁으로 보내드렸고, 자녀들 반듯하게 잘 키우셔서 처남과 처형은 초등학교 교사, 제 처는 중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특히, 처남은 참 공부를 잘했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교대를 보낸 듯합니다. 성실하고, 근면하고, 검소하고, 정직한 제 처를 보면서 장모님의 아련한 그 시절들을 상상해 보고는 합니다.
자식들 다 올바르게 키우시고, 시집장가 보내시고 이제 홀로 대구에 사십니다.
처남이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데도, 며느리랑 함께 살면 불편하다고 구지 따로 살자고 하셔서 혼자 사십니다. 본인은 평생을 홀시어머님 모시고 사셨으면서 자신의 며느리가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보고 싶으셨겠지요...
그런데... 그 똑부러지고 현명하시던 장모님이.. 느닷없이 투자를 하시겠다고 하십니다.
이른바 태양광 발전소 투자....
서울 살면서 그저 두어 달에 한 번씩 찾아뵙는 사위지만... 너무 걱정이 되어서...
이 곳에 간절히 조언을 구해보기도 하였습니다.
http://www.wassada.com/bbs_detail.php?bbs_num=604394&tb=board_freetalk&id=&num=&pg=
장모님은 심지어 투자대출과 관련하여 제 주민등록으로 공동세대주 들어오신다고 하셔서, 제가 반대를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사업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렸습니다. 그러면서 언성도 좀 높아졌고(결혼하고 처음입니다.) 장모님이 정말 많이 서운해 하시더군요.
그 일로 장모님과의 관계가 정말 소원해졌습니다.
둘째 사위가 참 장모님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제 마음을 잘 몰라주시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처와 상의하여 해외여행이라도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최근 관절염이 너무 심해지셔서 여행다니시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십니다. 뭐라도 정말 해드리고 싶은데...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처에게 얼핏 듣기로... 장모님이 영화를 참 좋아하시는 분이었답니다.
그렇다고 매니아틱하게 분석적으로 감상하시는 분은 아니시지만... 오래된 명화들 속에서 장인과의 추억을 기억하고 싶어하시는 분 같았습니다. 마침... 처가에 있는 골동품같이 노쇄해져 버린 텔레비전이 오늘 낼 하는지라서... tv나 하나 바꿔 드리려고 합니다. (요즘 직구하면 tv가격이 정말 저렴하더군요..) 그리고 처가에 낡은 vhs테잎들이 몇 개 있길래, vhs와 dvd가 되는 콤보플레이어를 하나 놓아드리려고 합니다.
하드웨어는 얼추 갖추어졌고.... 이제 영화를 어떻게 구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말 거짓말 같이 우연히 와싸다에서 이런 이벤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걸 정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라고 하나 봅니다.
물론 저보다 더 절실하게 이 소중하고 추억이 담긴 영화들을 필요로 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혹시나 제게 기회가 된다면, 제가 사랑하는 장모님께 모처럼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모님과 영화 한 편 같이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고 싶습니다.
이벤트 이런 거 잘 응모하지 못하는 성격인데, 사흘째 폐렴걸려 입원한 아이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있는 와이프의 모습이... 장모님모습으로 오버랩됩니다.., 쌕쌕 소리내며 자고 있는 세 살 짜리 제 아이가 어느 시절 제 처같이 느껴집니다... 그 모습들에 용기를 내어 응모해 봅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만, 제게 기회가 온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원하시는 날짜에 찾아 뵙겠습니다.
경황이 없는 공간에서 글을 쓰는 지라... 글이 난삽하고 장황합니다.
결과를 떠나서 이렇게 뜻 깊은 이벤트를 열어 주신 조창연님께 깊은 감사말씀 올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