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라디오 대담 내용입니다.)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투데이 포커스! 오늘은 인물과 만나봅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하 이재정):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2014년 취임하시고, 이제 한 1년 반 정도 흐른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소회가 궁금합니다.
◆ 이재정: 제가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정책이 학생들 9시에 등교하는 것이었거든요. 어디든지 가서 ‘내가 9시 교육감이야’ 하면 학생들이 알아보고 박수도 치고 그렇습니다. 그때 시작한 것이, 우리가 학교라고 하면 가장 중심이 뭐냐? 역시 학생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모든 것을 학생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출발하고, 학교도 그런 면에서 바꿔보자는 것이 하나의 관점이었고요. 그게 전체적으로 보면 잘 정착이 돼서, 특히 학생들이 굉장히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선생님들도 역시 거기에 대해서 만족하는 것을 보면, 첫 출발은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 정병진: 구체적인 정책으로 혁신학교도 있습니다.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께서 첫 단추를 채웠고, 이재정 교육감께서 그것을 확대발전시키는 과정 속에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 이재정: 사실 제가 경기도 교육감에 나서게 된 것도 학부모들로부터 혁신학교와 혁신학교를 지켜달라는 요청을 받고, 제가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건 정말 책임지고 가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 왜냐면 이것이 경기도 교육만의 희망이 아니고 대한민국 교육의 하나의 길입니다. 혁신학교는 학교 문화를 바꾸고 학교의 분위기를 바꾸고 수업을 바꿔서 학생들이 정말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경기도는 지금 혁신학교가 418개 학교가 있고요.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 이것을 준비하는 혁신학교로 가는 과정에 혁신공감학교를 작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혁신공감학교는 지금 1,700개가 넘는 학교가 혁신공감학교가 되어서, 전체적으로 경기도에는 혁신교육을 하는 학교가 한 90%가 넘는 거죠.
◇ 정병진: 학생들이 수업에 많이 참여하고, 이런 것이 골자인 거죠?
◆ 이재정: 그렇습니다. 현장 체험도 하고, 수업 방식을 토론 방식으로 하고, 학생들이 배우는 입장뿐만이 아니라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모습이죠. 여기에 제일 중요한 게 선생님들의 열정입니다.
◇ 정병진: 그렇죠. 그런데 지금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누리과정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교육감께서도 고민이 참 많으실 것 같은데요. 특히 경기도 같은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누리과정 예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이재정: 전국에 있는 3세부터 5세까지 영유아의 27%가 경기도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기도의 영유아를 데리고 있는 학부모들의 경우에 가장 관심이 큰 거죠. 액수로도 금년 같은 경우에는 영유아 사업비에 들어가는 것이 1조 500억이 넘는 아주 대단한 돈이거든요. 경기도가 이것을 버텨내지 못하면 전국이 잘 안 됩니다. 현재 전국의 누리과정 비용이 예산에 반영된 것이 불과 28%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어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신 것을 들으면서도 참 안타까웠습니다.
◇ 정병진: 네, 사태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2016년 어린이집 예산은 재정부족 문제를 들어서 편성하지 않았지만 유치원 부분은 최대 5,100억 원 정도 편성을 애초에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의회가 유치원까지 전액 예산을 삭감한 것이거든요. 이유가 뭔가요?
◆ 이재정: 아시겠습니다만 누리과정은 출산율도 높이고,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들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그래서 이건 꼭 해야 하는 사업이거든요. 그래서 누리과정에 어린이집 부분과 유치원 부분이 있는데, 유치원 부분은 저의 지도감독 하에 있고요. 어린이집 부분은 도지사의 지도감독 아래에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다른 예산을 다 자르더라도, 기왕에 시작한 사업이니까 유치원 부분은 꼭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어렵게 편성을 했는데, 도의회에서는 같은 어린아이인데 유치원은 지원 해주고 어린이집은 지원 안 해준다면 이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모든 돈을 국가 재정으로 부담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고 대통령의 국책사업이니까 이것은 국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서 도의회에서 전액 삭감한 거죠.
◇ 정병진: 두 가지 쟁점이 있잖아요. 말씀해주신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또, 유치원은 되고 어린이집은 안 되느냐? 여기에 쟁점이 있는데요. 일단 유치원 부분이라도 애초에 편성했던 대로 가자는 학부모들도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재정: 그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사실 그래서 편성을 한 거죠. 그런데 도의회에서는 도내에 전체 35만 명의 어린이가 있는데, 유치원이 담당하는 부분이 19만 명 정도 되고, 어린이집이 16만 명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유치원 부분을 해결하고 어린이집은 해결 안 하면 이것은 굉장한 문제가 일어나요. 예를 들면 유치원으로 다 몰리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이건 사회문제가 되니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됐는데요. 어린이집 부분과 이것이 액수로 엄청납니다. 경기도 전체 예산이 12조 정도가 되는데, 이쪽이 1조가 훨씬 넘어가니까 저희들이 감당할 수 없는 거예요.
◇ 정병진: 경기도의회의 입장에는 동의하시는 겁니까?
◆ 이재정: 아닙니다. 지금은 도의회에서 결정한 거니까 저희는 존중할 수밖에 없는 거죠. 왜냐면 우리는 예산을 편성하고 도의회가 심의해서 결정짓는 것이거든요. 그건 우리가 존중해가야 하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지금 최소한 정부에서 어린이집 부분에 대한 것이 5,459억입니다. 이거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없으면 유치원 부분도 승인할 수 없다, 이게 작년부터 도의회가 주장해온 것이거든요. 이걸 다 풀어내려면 정부가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어린이집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해주시는 것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길입니다.
◇ 정병진: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은 아니냐, 그래서 어제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아이들을 볼모로 사실을 왜곡하면서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재정: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교육예산은 실제로 국가가 주는 교부금과 광역시도에서 들어오는 전입금으로 운영하거든요. 그런데 이 예산이 전체적으로 보면 91%가 경직성 예산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떼고 붙이고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사실상 1조 이상의 자금을 누리과정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거의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교부금 속에서 누리과정 비용을 대라, 이런 결정을 한 것이 2012년입니다. 그런데 그때 결정할 때 대 전제가 매년 교부금이 8.8%씩 늘어나니까 교부금으로 충분히 이걸 댈 수 있다, 이런 판단을 기재부에서 한 것이고 교육부에서 받아들인 거죠.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게 되었느냐면 작년에 49조로 예측되었던 교부금이 39조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누리과정을 우리에게 100% 떠넘긴 거죠. 14년까지만 해도 교육청이 30%, 광역시도가 70%를 부담하던 누리과정 비용을 2015년에 가뜩이나 교부금이 턱없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것을 교육청 예산으로 하라고 하니까 불가능한 겁니다.
◇ 정병진: 지금 교육부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을 준예산에라도 포함시키자고 하는데요.
◆ 이재정: 그것도 교육부에서 지침이 내려온 것을 봤는데요. 의회가 전액 삭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의해서 준예산에 편성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법률을 아무리 저희들이 검토 해봐도, 교육부 이야기처럼 편성할 것이 없는 것이 현재의 제도적인 한계입니다. 그래서 현재로는 불가능한 거죠.
◇ 정병진: 그래서 경기도에서 남경필 지사가 긴급하게 도의 재정으로 지원해야 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거부하시는 거죠?
◆ 이재정: 거부가 아니라 이것이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거죠. 한두 달 했다가 그 후에는 어떻게 할 겁니까?
◇ 정병진: 일단 한두 달이라도 버티면서 총의를 모을 시간을 벌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재정: 총의 모으는 것은 지난 1년 동안 세월이 다 지나간 겁니다. 그리고 2015년 예산을 할 때만 하더라도 기재부나 교육부나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기재부의 안대로 작년에는 지방채를 과도하게 얻어서 하고, 목적예비비에서 5천억을 지원해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금년에는 그런 노력도 없습니다. 저는 남경필 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위급하니까 불부터 끄고 보자, 그것도 일견 일리 있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한두 달 후에 아무 대책도 없는 겁니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도 없지 않습니까?
◇ 정병진: 그래서 이번에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어제 취임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시도교육감 지도부와 만나서 다음 주 월요일에 벌써 약속을 잡았더라고요. 이 누리과정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할 것 같은데요. 다음 주 월요일에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재정: 저는 전혀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교육부가 해온 여러 가지 내용들을 보면 답이 없는 것이, 가령 황우여 부총리가 임기를 끝내기 직전에, 2016년도 교부금이 작년보다 1조 8천억 늘지 않았느냐? 목적 예비비 3천억 더 주지 않느냐? 그러면 2조 1천억이 더 갔는데 왜 못한다고 하느냐? 그런데 실제로 1조 8천억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총액이 41조 1천억입니다. 그런데 이 액수가 2013년 교부금하고 액수가 같습니다.
◇ 정병진: 그런데 그사이에 학생들이 줄거나 변동이 있지 않겠습니까?
◆ 이재정: 좋은 질문이에요. 학생이 준 것은 사실인데, 우리가 학급당 인원수를 25명으로 하면서 학급이 경기도에서만 1,100개가 늘어나고요. 학급이 늘어나니까 선생님이 늘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정규교사 3천 명, 기간제 교사 2천 명으로 5천 명이 늘어났습니다. 훨씬 더 소요는 많아진 것이죠. 그리고 경기도는 아시는 것처럼 신도시가 많이 개발되기 때문에 매년 30개 이상의 신설학교가 생겨서요. 그동안 만들어진 신설학교만 168개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아무래도 방안이 없는 겁니다.
◇ 정병진: 네, 말씀해주시는 것을 들어보니까 결국은 현실적으로 수지가 안 맞는 건데요. 참 난감한 상황이네요.
◆ 이재정: 그렇죠. 그러니까 교육부로서도 이준식 부총리가 새로 오시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결국 열쇠는 뭐냐? 이건 국고에서 부담한다는 새로운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면서 아주 절망적이었습니다.
◇ 정병진: 지난번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감사원의 감사청구나 검찰 고발까지 거론하면서 강경책을 이야기했거든요. 그러다가 국회로 돌아갔습니다. 어찌 되었던 새 경제부총리가 취임하셨는데 만약 같은 기조로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 이재정: 저희는 고발을 하든 어떻게 하든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가능성이 있어야 해결을 할 수 있는데요. 최경환 부총리는 이게 떠나기 전에 할 이야기입니까?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게 기재부인데, 그렇지 않습니까? 대통령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오히려 우리를 고발하겠다, 감사하겠다고 하니까 문제는 풀 생각이 없는 거죠. 저희가 작년에 여러 달에 걸쳐서 감사원 감사, 교육부 감사를 다 받았습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누리과정을 두고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2016년 경기도 교육이 걱정됩니다. 다른 예산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2016년 경기도 교육청은 어떤 점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나요?
◆ 이재정: 저희가 2016년에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어쨌든 학교를 새롭게 만들어보자, 현장중심, 학생 중심으로 하기 위해서 학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과제를 가지고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돈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아무튼 이것을 통해서 학교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학교에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것이 제가 가지고 있는 아젠다입니다.
◇ 정병진: 학교 민주주의,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뭘까요?
◆ 이재정: 다시 말하면 이제까지 학부모들 같은 경우에는 옆에서 돕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학부모들도 같이 참여하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고, 틀도 만들어보자, 선생님들이 학교의 중심에 서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조금 더 중심에 설 수 있는 제도적인 것도 해보고, 문화도 바꿔보자, 또 하나는 학생들이 학생회를 하는데, 이것도 학교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조금 더 활성화 시키자는 것입니다.
◇ 정병진: 알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경기도 예산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긴 시간 동안 말씀 감사합니다.
◆ 이재정: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