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사람을 하나 만나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바로 부근에 오디오샵이 있다는 그 친구의 말을 따라 한 샵으로 들어갔다.
샵의 이름은 살피지 않은 탓에 기억도 안나는데,
유리창에 커다랗게 골드문트라 써 붙인 것이 눈에 박히는 샵이었다.
들어가보니 실제로 골드문트 스피커나 앰프나 씨디 플레이어도 있고,
그 외 대부분의 기기들이 모두 말 그대로 하이엔드.
대부분 천대는 넘기고 수천만원은 할것으로 보이는 기기들이어서,
나름 눈요기나 할 겸 들어간 거였다.
그러다 다른 것들은 다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저먼 피직의 스피커가 눈에 띄었다.
무지향성 스피커라는데 작동 방식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던 스피커.
한번 들어볼 수 있느냐 했는데...
뭐 둘이 잠바떼기 입고 들어가서인지 주인은 처음부터 심드렁.
뭘 물어도 잘 대답도 않고, 마지못해 예의상 대답만 해준다는 듯한 인상.
둘이 앉아 주인이 걸어놓은 음악을 듣자니
이거 영 귀찮은 파리 된 듯한 느낌에 기분이 찜찜했다.
그런데 사운드가 가관이다.
무지향성의 느낌으로 뭔가 공간을 채우는 것도 좋게 들리고,
옆으로 두세걸음 옮겨서 들어도 사운드에 큰 차이가 생기지 않는 것도 좋은데,
문제는 소리가 마구 찌그러진다는 사실.
특히나 피아노 소리가 나오면 아주 지대로 찌그러져 주는 사운드였다.
싸구려 피스를 볼륨 만땅 올리면 들리는 바로 그 최악의 찌그러짐.
뭔가 연결을 잘못했던가 아니면 고장이 났던가 한게 아닌가 싶었다.
사지도 않을, 아니 사지도 못할 날파리들이 귀찮게하니 내쫒으려 한 것인가.
오디오샵 많이 다녀봤지만 그렇게 무성의한 곳은 처음 봤다.
하이엔드 전문 취급점의 가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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