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교수님들이 그 해의 사회정치문화 현상에 맞는 고사성어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혼용무도라는 낯선 표현이 선정되었습니다. 여러 의미를 합쳐 만든 고사성어이기 때문에 낯설 수 밖에요.
여러 의미를 합쳐야 할 정도로 올 한해가 끔찍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01년도 고사성어부터 보시면 실책이나 분열에 대한 비판이다가 2007년부터는 특정집단의 사욕과 거짓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어리석고 무능한데다가 사회의 도리까지 사라졌으니… 그래서 헬조선 또는 지옥반도라는 말이 유행할 수 밖에요.
아! 무능한 지도자 호해와 악랄한 관료 조고는 위록지마까지 2관왕이군요. 그리고 2년 연속 호해의 고사성어가 등장하는 것도 워낙 무능한데다가 십상시에게 조종당하는 박 모씨를 빗댄 것이죠.
호해와 조고가 진나라를 멸망시켰지만 다행히 우리는 앞으로 2년만 보면 됩니다. 그 다음에도 같은 선택을 한다면 그 때는 국민이 멸망을 자초한 것이겠죠.
박할매에게는 무지개소녀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2015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가운데 ‘무도’를 더한 표현이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 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혼용무도의 표본은 진나라를 단명하게 한 2대 황제 호해(胡亥)다. 호해는 1대 황제인 진시황이 갑자기 병사하자 환관 조고가 유서를 조작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아버지의 그릇에 미치지 못하면서 포악하고 잔혹한 통치술만 흉내 내다가 4년 만에 반란이 일어나자 자결했다. 이로 인해 진나라는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이후 15년 만에 멸망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당나라의 2대 황제 태종은 도리를 지키며 세상을 밝힌 '유도명군(有道明君)'이다. 태종은 아버지가 세운 당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무력이 아닌 문의 정치, 덕의 정치를 선택했다.
‘혼용무도’에 이어 127명(14.3%)의 교수가 ‘사시이비(似是而非)’를 선택했다. ‘겉보기에는 맞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석길암 금강대 교수(불교학)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국민을 위한다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