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가련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 컴쪽에는 정말 바보수준입니다.
대충 사양 정도는 어찌어찌해서 알겠는데,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거의 천치수준이지요.
컴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전원은 들어와있는 상태인데 화면이 나가버리는겁니다.
전문가 안탕형님께 여쭤보려다 늘 귀찮게 해드리는것 같아 사무실 동료분께 여쭤보았더니 시피유온도가 상승해서 안되거나 파워가 문제가 있을 수 있거나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가 나갔다거나 등등 예상되는 원인이 대여섯가지가 나오더군요.
어떤게 제일 좋겠냐는 저의 우문에 현명한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새로 사세요'
새로 사긴 그렇고 웹서핑용 서브용 컴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더 좋은 방법을 찾아주셨습니다.
'중고로 사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한 번 사무실로 가져와 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 망가져서 못쓰게 될거 안에 청소라도 해주자 하고 용감하게 배를 땄습니다.
아픈데 보여줄거 씻고 가야지 하는 마음입죠. 대충 보아하니 메인보드 위에 선풍기같이 돌아가는게 팬이고 그게 온도를 식혀주는 역할을 해주는것 같은데 시커멓게 먼지가 껴있는겁니다.
그냥 닦아내고 하려니 진공청소기로도 깨끗해지지가 않더군요.
용기를 내어 자세히 보고 분해를 시작했습니다.
해보니 분해가 되더군요. 어. 이거 간단한데.
넘치는 자신감. 왠지 모르게 컴조립도 할 수 있을것만 같은 이 기분은 뭐지.
총각이 드디어 동정을 띄고 세상 여자가 다 내여자라도 된것만 같은 그 기분.
정말 깨끗하게 청소를 해줬습니다.
팬 돌아가는데부터 다 닦아주는데 아 놔. 더러운거 발견.
팬 밑에 있는 네모난 부속위에 껌같은데 치즈같이 녹아있는겁니다.
아 진짜. 먼지가 끼니까 껌이라도 녹았나. 더러버라.
물티슈랑 휴지로 깨끗이 닦아주었습니다. 이런게 녹아 붙어 있으니 환기가 제대로 되겠어!
팬에 묻은 허연것도 닦아주고 다시 조립. 아. 이 상쾌함.
이렇게 깨끗한 컴을 들고가서 보여주면 나를 다시 보겠지.
하는 뿌듯함이 온몸을 적시더만요.
오늘 사무실로 컴을 가져가보고 동료분이 제게 이야기합니다.
'시피유 위에 서멀구리스가 없네요. 혹시 닦아내셨어요? '
어. 어. 이거 뭐지.
'그 껌같은거요? 혹시 허연거? 내가 잘 닦아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웃습디다.
'그게 뭐냐면요. 자동차가 문제 있다고 엔진룸 청소한다면서 엔진오일 다 뺀거랑 같은거에요. 그게 시피유 열 식혀주는 제일 큰 역활 하는거랍니다. 큭큭큭'
뭐랄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바로 그 말.
뭐 몰라서 그럴 수도 있었다지만 진짜 창피한거. 암튼 컴맹은 그렇게 컴청소를 하며 컴을 아작냈습니다.
속으로 되내였더랬죠.
그래 너무 완벽하면 사람이 아니지. 뭐 하나 빈 구석도 있어야 좀 인간미가 있잖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