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이 서해안과 가까워 눈이 자주 내리긴 합니다만,
강원도처럼 많은 눈이 내려 1m씩 쌓이는 경우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지난 목요일날 새벽부터 내린 눈은,
제가 천안에 30 여 년 살아오면서, 첫눈이 20센티 이상 쌓이는건 첨봤습니다.
하필이면 이날 마눌님이 김장을 한다고 정한 날이라,
배추를 사야한다며 저를 끌고 시장에 가더군요..
한번도 그치지않고 줄기차게 휘날리는 눈발은, 보는것만으로도 심란합니다.
"내내 좋은 날씨두고 왜 이런 날을 잡았어?"
하며 한마디 하니,
"내가 이럴줄 알았남?.. 근데 난 착하게 살았는데, 왜 하늘이 나를 도와주지 않지?"
이러길래,
"그건 당신이 평소에 좋은일을 하며 살지않았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평소 어려운 사람도 좀 도와주고,
길가다가 추위에 떨며 외로워하는 노숙자 아자씨를 보면,
뽀뽀도 한번씩 해주고 어깨도 토닥여주고 그랬어야지.."
이랬더니,
"됐네! 이사람아~
당신이나 노숙자 아즈매보면, 실컷 뽀뽀해주시게나~ "
이러는겁니다..ㅠㅜ
어쨋거나 눈발 휘날리는 시장을 헤메며 무우와 배추를 사고,
마늘과 생강을 갈아달라하여 봉지에 담아놓고,
갓이며 쪽파 새우젓 젓국 굴 돼지고기 등을 사며 장을 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차창밖 풍경입니다.
배추를 절이기위해 큰통을 가지러 옥상에 올라갔을때,
내려다본 주위 풍경입니다.
이때가 오후 3 시 경이었는데,
얼마나 쌓였는지 궁금증에 프라스틱자를 찔러넣어봤더니 22cm더군요.
오후내내 그치지않는 눈을 맞으며 70포기의 배추를 절이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얼어서 나오지않는 수도를 녹여,
절여진 배추를 씻어 소쿠리에 건져놓고,
속을 버무리고, 동네할머니들과 같이 배춧닢 사이사이에 속을 비벼넣습니다.
어제 오후에 아들내외가 김장김치를 가지러 내려왔길래,
지금까지는 애들(손자손녀)이 어려 우리가 김장을 해주었지만,
내년부터는 사다먹든지 직접 담아먹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마눌님의 마음은 그게 아닌가봅니다.
내년엔 아들네 집으로 직접 올라가,
거기서 절인배추를 사 김장을 같이 하자고 하는걸 보면,
내어머니가 저에게 그랬듯이,
마눌님의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 또한 어쩌지 못하는가 봅니다.
어쨋든 이런 핑계로, 모처럼 아들내외의 얼굴을 보고,
손자손녀의 재롱떠는 모습을 보게되니 좋기는 합니다.
오늘 아침 힘들게 한 김장김치를 아들내외가 싣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일년농사를 마친듯하여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