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감나무가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다
사실은 내가 사는 동네는 원래 감나무 밭이었는 데
그 중 일부를 택지로 개발해서 서른 가구 정도 모여 사는 곳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나무에 감은 주렁 주렁 열렸건만
아무도 따는 사람이 없다
모두 단감 나무이다.
근데 이상한건 같은 나무에 단감과 대봉감이 같이 열린다.
아무도 따는 사람 없이 감은 익다 못해 시들어간다.
내가 오가며 하나씩 따 먹지 않으면 감을 쳐다 보는 이 조차 없고
까치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 다.
오가며 하나씩 따먹어 보는 감이 참 맛있는 데
왜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따지도 않고
주인은 뭐하고 어디 멀리 여행 갔는지?
창문으로 감을 보면서 맨날 이상한 동네 구나 하는 생각만 한다.
내 집앞에 있는 감밭인데 마을 뒤에는 이보다 수십배는 넓은 감밭이 있고
그곳도 역시 감을 따지도 않고..
..
이 집은 세채 씩이나 참 잘지었던데.
주인 아저씨가 얼마전 죽고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던데 아직 팔리지도 않고
날이 추워지지 않아 올해 곶감은 폭삭 망할 징조를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