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저녁밥을 먹었는데, 이상하게 출출하니 잠이 안오더군요.
시장에 가서 낙지 두어마리 사다가 데쳐서, 소주한잔과 곁들여 먹으면 딱일거 같아,
드러누워 TV를 보고있는 마눌님한테,
"시장에 낙지 사러가자~ 나혼자서는 외로워 못가겠어.. 같이가자~ " 했더니,
"여보슈 정신차리슈.. 지금 시간에 다 문닫았지 낙지파는데가 어디있다고.. 잠이나 곱게 주무셔~ "
ㅠ.ㅠ 괜히 말붙였다가 핀잔만 먹고, 억지로 드러누워 눈을 감아봤지만,
영 잠이 안오더군요.
아무래도 뭐라도 집어넣지않으면 잠들긴 틀렸다싶어,
주섬주섬 점퍼를 걸쳐입고 집근처 공판장엘 갔습니다.
천안 쌀생막걸리 3 병과 고추장발라 구운 마른오징어 한마리를 샀습니다.
집으로 들어와 마시려고보니 아무래도 뭔가 부실한듯하여,
냉장고에서 계란 다섯개를 꺼내 냄비에 담고,
소금 반큰술을 넣어 물을 붓고 15 분 정도 삶았습니다.
그런데 익기는 잘익은것 같은데 계란껍질을 까려니까,
매끄럽게 벗겨지지않고 살점이 붙은채로 뜯겨집니다.
어디서 줏어들은 상식으로는 계란을 삶을때,
소금을 넣으면 잘까진다 하드만,
이게 해보면, 어떤때는 정말 어린애 볼살처럼 부드럽고 매끈하게 까지는데,
이번처럼 쥐가 뜯어먹다 말은것처럼 되는 이유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넝마처럼 된 삶은 계란과 마른오징어를 상에 올려놓고 마눌님한테,
"당신도 같이 먹어봐~ " 하니,
딱 보기에도 맛없게 생겼는지,
"됐슈~ 당신이나 많이 드슈!"
ㅠ.ㅠ 빈정이 상하여,
"싫으면 마슈~ " 하고는 상을 들고 제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막걸리 한잔을 따라놓고,
아무래도 막걸리에는 주현미지.. 이러면서 오디오 전원을 켭니다.
막걸리 한모금 마실때마다, 계란 한입 베어물고 막간에 마른오징어 한저름을 쭉 찢어 씹으니,
이게 참 오묘한 맛이 납니다.
거기에 주현미의 노래.. 여백, 갈때는 가더라도, 노들강변 뱃사공.. 등 등의 노래가 더해지니,
캬! 이건 뭐 임금님의 수라상이 부럽잖고,
이순간만큼은,
제 오디오에서 울려퍼지는 간드러지게 꺽어지는 주현미의 목소리가 마치,
하이엔드 오디오급에서 뿜어져 나오는 천상(?)의 소리와도 같습니다.
한참 흥이 오르고 있는데,
방문밖에서 마눌님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빨리 안잘껴!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네~ "
ㅠ.ㅠ 마눌님의 우렁찬 호통 한마디에,
깨갱하고 나의 달콤한 이 30 여 분간의 행복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갔습니다.. ㄷ ㄷ
그나저나 마눌님조차 거부한 이 넝마같은 계란은,
어떻게 삶아야 맛나게 잘삶았다고 소문이 날수 있을까요?
아시는분은 좀 갈촤주세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