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2010년 11월 16일 “조한욱의 서양사람(史覽)”이 처음 나갔으니 이제 5년을 꽉 채웠다. 처음 쓰겠다고 나설 당시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이 그저 힘닿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벌써 5년을 채웠고, 그 세월의 흔적들이 책 두 권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소소하게나마 자축할 사유는 되겠거니 생각한다.
그렇지만 서양의 역사라는 거울에 우리의 모습을 비춰 일그러진 모습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자는 이 칼럼의 취지에 견줘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자축은커녕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다. 그때는 그나마 부끄러운 자들이 부끄러움을 알았던 것 같다. 매카시즘에 비교된다는 것이 대대손손이 이어질 오욕이라는 것쯤은 알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대놓고 매카시즘의 행태를 드러낸다.
사욕에 눈이 어두워 공공선을 도외시하는 위정자들, 영혼을 팔고 그들에 부역하는 학자(?)들, 마찬가지로 영혼이 없이 그들을 떠받드는 관료들, 사람들을 오도시키는 관제 언론에 종사하는 자들이 빨갱이 타령으로 역사라는 학문의 영역까지 침탈한다. 과연 그들은 어느 나라의 국민인가? ‘침탈’이란 말은 너무 약하다. 그들은 역사라는 학문 자체와 그 학문을 수행하는 학자들과 가르치는 교육자들까지 싸잡아 능멸한다. 평소 역사에 관심도 없던 그 사람들이 역사학의 전문가들을 꾸짖으며 가르치려 든다.
악을 더 큰 악으로 덮는 행태가 반복되며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나 역시 그렇다. 그러나 지금 5년 써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두겠다거나, 지친 심정에 위로를 받겠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위협을 무릅쓰고 이른 새벽부터 일인 시위에 나선 선생님들, 국정화 반대를 위해 연대한 예비 선생님들 그 모두가 소중한 제자들인데,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하려는 것이다.
언젠가 그만 쓸 날이 오겠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