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상상했던 것 보다
작은체구.
생각했던, 상상했던 것 보다
덜 늙으신,
퇴근 길 털털거리는 마을버스 안에서 들었던
전화기 속 음성의 발신인은
복식호흡을 하고 있는 듯
말 한마디가 뱃속에서, 또는 더 깊은 심연곳에서
끄집어내서 말하는 듯,
깊은 성량과 특이하지만 갈라진 음성이었다.
어림 짐작으로 70대 어르신과 흩뿌려졌을 흰 머리가 연상되었다.
굳이 사람을 분류하자면 두 종류라고 하자.
영혼이 깨끗해서 무엇이든 가슴에 남겨 놓은 것 없이 말하는 사람과,
그 옛날 전광렬이 열연한 허준마냥 말할 듯 하면서도 가슴에 담는 사람.
작은 체구에 덜 늙으신 그분은
후자에 속한 듯 싶다.
하고 싶은 말, 오해에 대한 설명, 그동안 불면을 초래했을 사연과,
수 많은 읎조림도 허공중에 떠 다닐뿐 언어화 되지 않고,
그는 또 그걸 가슴에 담는다.
형태화 되는 모든것들이 허물인양 그는 매번 그렇게 마음만을 전한다.
꾸며놓은 것들은 흘러가는 시간앞에 풀어지기 마련이고,
있는 그대로의 것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모양을 유지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의 정당함을 연설했던가?
이렇게 큰 체구임에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헛 함을 담고 있었던가?
그 앞에서 스스로 작아지는 나를 돌아볼때,
비록 나는 작아도 이렇게 큰 사람이 있어 위안을 삼아도 본다.
긴 시간동안 여러 교차가 있었고, 희비가 있었지만,
언제든 묵묵히 그대로임을 전하고자 하는 가슴이 큰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
세상살이 바빠 잠시의 틈을 견뎌주지 못하고 떠나간 사람들의 발자취가 아쉽기도 하지만
언제든 그가 지키는 마을은 항상성속에 충만한 기운을 갖고 있음에
쉬이 변하는 세태속에서도 내가 친구하고 싶은 그는
또한 그렇게 불면을 견디며 잔잔한 미소와 깊은 호흡으로 또 그들을 기다리리라.
그는 (와싸다) 이장님이니까.
*p.s 1. 이장님과 친구하믄 삼봉녕감님은 항렬이 내 밑이 되는 건감유? 3=3=3
2. 지난 늦은 겨울(이브 전날) 잠시 이장님과의 조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절이 지나면서 (와싸다)마을에 잠시 혼란이 찾아 들었고, 여러 어려움속에서도 적극적인 해명보다는 잔잔한 마음으로 이를 처리해가는 과정에서 많은 심난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러함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정입니다. 모쪼록 건강유지하시고, 하시는 일도 점차 활력이 넘치시기를 기회를 빌어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