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
어릴 적 반짝이는 모래사장에서
공을 차며 놀았지
강물에 공이 빠져버리면
철교 너머 붉은 석양과 함께 집으로 향하던
아이들
까까머리가 되어 꽁꽁 언 강에서 스케이트를 탔지
잔가지 모아 불을 지피고 젖은 나이롱 양말을 말리다
호로록 태워먹어도 신나던 소년들
고수부지에 둘러 앉아 입영전야와 아침이슬을 불러줬지
만취한 녀석들이 아쉬움에 고래고래 소리쳐도
새벽은 밝아 오고 굵은 눈물 흘리며 훈련소로 향하던
사내녀석들
몇몇 녀석들이 중학교 짤리고 모여 주먹을 쓴다고 들었다
서빙고 도너츠 가게를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사라진 녀석
대기업 부장, 이사가 되었다는 녀석들, 어떤 녀석은 족발집을 한다기에 가봤지
그리고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녀석,,,
잘 꾸며진 공원이 되었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갈대숲과 놀이터, 잔디밭, 축구장
높은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서있고
강변북로는 단풍구경 가는 차들로 가득하고
내 나이도 오십을 넘고,,,
푸르던 강물은 어데갔나
강이 탁해진 것인가
내가 탁해진 것인가
푸르던 녀석들은 어데갔나
그 푸르던 녀석들은 모두 어데갔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