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야기 1
그녀가 만나자고 한다.
왠지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3년여 넘게 사귄지라 목소리만으로도 분위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급한 맘에 하던 일 대충 마무리하고 찻집에 들어서니 초점없는 눈으로 무언가을 주시하고 있다.
“무슨 일 있었니?” 대답이 없다.
“여기서 제일 맛있는 차로 두 잔주세요”
하지만 그녀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차만 마실 뿐 말이 없다.
“그럼 우리 술한잔하러 가자” 어깨를 감싸안으며 그 곳을 빠져 나온다.
영등포의 밤은 언제나 그렇듯 네온싸인 불빛과 함께 거리의 군상으로 출렁인다.
술집안은 중간색의 희뿌연 연기로 자욱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침묵을 안주로 몇 배의 독주에 심신이 혼미하다.
그 후로 내 육신을 얼마나 혹사시켰는 지는 기억에 없다.
내가 누워있는 곳이 마냥 낯설다.
몸뚱아리가 왜 이 곳에 있는 지는 내 기억속에서 과정이 생략되어 버렸다.
그녀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처음의 옷차림 그대로 침대 아래에서 웅크리고 앉아 미동도 않는다.
취기에 비틀거리며 침대위로 그녀를 내동댕이 치듯 허물어 뜨린다.
고단한 삶의 현장으로 내 육신을 내던져야 할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그녀가 성남행 시외버스에 몸을 싣기 전 나직하고 또렸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나 찾지마, 멀리 떠날거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도 묻지 않았다.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거지
바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