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람마다 돈을 쓸때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인의 소득수준에 따라 경중을 가려 지출하리라 봅니다.
즉 일정한 수입에서 본인이 무엇을 선 순위에 둘지 고려하며 쓴다는 것이죠.
저같은 경우 한동안 오디오에 빠져 단연 오디오를 1순위에 두고서,
때로는 제 분수를 오바해가며 아낌없이 투자를 했었지요.
현재 소유한 기기들이 중고가격으로치면 대략 천만원쯤 되는듯합니다.
뭐 하이엔드급을 사용하는분들에 비하면,
앰프 하나값에도 미치지못하겠지만,
그래도 다른곳에 눈돌리지않고 아끼며 하나하나 장만한 것들이라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노력했던만큼 꽤 근사한 소리를 듣고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사람이 어느 한곳에 빠지면,
상대적으로 다른부분을 등한시 하거나 미처 둘러보지를 못합니다.
제 직업 특성상 대인관계가 많지않은 이유도 있지만,
좋아하는것을 하려다보니,
상대적으로 제가 먹고 입고하는 것에 대한 지출은 최소화하게 되더군요.
먹는것은 주로 시장에 가서 뜨끈한 두부 한모 사다가 막걸리 한잔 하면 족했고,
입는거 또한 시장에서 파는 만원짜리 바지와 만오천원짜리 겉옷이면 충분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또 사람사는게 그리 단순한것만도 아니더군요.
어쩌다가 체면치레 할일도 더러 생기더라는거죠.
좋은 옷을 입는다는건 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거보다,
내가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거다 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즉 세상은 혼자 사는게 아니다 라는 거죠.
나혼자 있을땐 무릎 튀어나온 츄리닝바지를 입고 뒹굴다,
배고프면 라면 한젓가락에 신김치 한쪼가리 죽 찢어먹더라도,
그게 또 밖에 나가면 그렇지 않은거죠.
그래서 작년 이맘때 큰맘먹고 거금(?)을 주고 겉옷을 하나 샀더랬습니다.
물론 중요한 자리에 나갈때만 한두번 꺼내입었지요.
최근 외출할일이 생겨 마나님한테 겉옷을 세탁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근데 막상 말려놓은 겉옷을 보니, 내피가 헤어져 넝마처럼 되어있더군요.
마나님이 세탁기에 넣고 돌렸답니다.
손빨래를 해야 하는건데 미처 확인못하고 그냥 세탁기에 넣은 탓이죠.
마나님한테,
"아니.. 하나 사주지도 않으면서 큰맘먹고 산걸 이리 버려놓으면 어떡해?" 하자,
"그런건 손빨래해야된다고 미리미리 얘기를 해주던가.. 내가 그럴줄 알았나?"
하긴 미리 살펴보지않고 마나님만 믿은 나도 잘못이긴 합니다..ㅠㅠ
결국 새로 하나 사야할것 같습니다.
조금전 앞마당에 나가 담배 한가치에 불을 붙이고 있는데,
마당 한켠에 놓여있는 빨래건조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널어놓은 옷들사이로 마나님의 겉옷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낡고 헤어져 있더군요.
............
그것도 모르고 내 옷 헤어진것만 타박하다니..ㅠㅜ
평소 마나님이 무얼 좋아했던가 한번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가끔 시장언저리에 있는 대폿집에 찾아가 막걸리 한사발씩 마시고 들어올때면,
나만 마시고 들어오는게 마음에 걸려,
마나님을 위해 닭강정을 사들고 들어올때가 있습니다.
마나님이 그걸 좋아하여 참 맛나게 먹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튀김위에,
각종 씨앗을 뿌려 맛의 풍미를 더하여 저도 잘먹긴 합니다.
수년동안 내가 좋아하는 일에 거금을 뿌리고있을때,
마나님은 고작 좋아하는게 닭강정이었다니...ㅠㅠ
아직도 가끔 갤러리에 들어가 삐까번쩍한 오됴기기들을 보면 눈이 돌아가는건 어쩔수없지만,
그래도 나만큼 갖춰놓고 음악듣는 사람도 많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며,
오됴짓도 할만큼 해봤으니,
이젠 마나님한테도 눈을 돌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내일은 마나님을 대동하여 제 겉옷을 사면서,
필히 마나님의 겉옷도 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