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 하늘에 구름도 놀러갔는지 그져 파란 하늘만,
그런하늘 아래 한가로이, 단정하게 앉아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두 손엔 에이스 크래커를 여리고 하얀 손으로 가볍게 들고
가을 하늘과도 같은 싱그런 미소를 띄우며 찍혀있는 사진을 바라보곤...심쿵.
심쿵..그 당시엔 없던 단어였지만 그런 미소를 사진속에 찍히게 할 여인네가 몇이나 있을까 싶을..
우연히 찍은 사진을 보낸 것인지, 나에게 보내려고 미소를 살짝 띄운것인지..
그 모를 살짝의 미소.
첫 데이트때 쏟아진 빗줄기를 피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대나무 살로 만든 파란 비닐우산을 사서 같이 느꼈던...
그 좁은 공간속에서의 호젓함, 그녀의 어깨를 한손으로 안았을때의 따사로움..
비닐을 때리는 낭만적인 빗소리는 그 어느 음악보다도 아름다웠던..
사진과 같이 보내온 편지속에 지금도 기억나는 ."휴가 나오면 따뜻한 밥이라도 한번 해주고 싶다"..는 글이.
지금도 에이스를 맛있게 먹는 다거나, 가을이면 에이스를 더 잘 먹는다거나..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