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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토닉 러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5-09-11 10:25:39
추천수 9
조회수   1,269

제목

플라토닉 러브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2014-08-08]
내용





19 세 때 교통사고로 발목을 다쳐,

부산 한독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연고가 없던 부산까지 내려가 사고를 당하게된건,

깊은 사연이 있지만, 글이 길어질것같아 다음 기회에 시간이 되면 또 써보기로 하겠습니다.

어쨋든 사고가 터지자 평택에 거주하시던 부모님께서 생업을 잠시 미루고,

부산으로 달려 내려오시게 되었죠.




모친께서는 저를 간병하시고 부친께서는 사고정황과 후속처리를 하시기위해,

경찰서와 목격자를 만나느라 동분서주하시게 되었는데,

평생을 농사만 지으셨던 부친께서 자신의 능력으로 일처리를 하시려니 한계가 있으셨나 봅니다.

해서 평소엔 왕래가 없어 저도 몰랐던,

10 촌이 되는 친척형님이 부산 장전동에 사신다는걸 기억하시고,

연락을 취하셨던 모양입니다.




두분께서 사고조사를 하시는동안 수술이 진행되고,

다행히 경과도 좋아 기브스를 한 채 회복단계에 들어갔죠.

하루종일 하는거라곤 링겔주사 맞고, 약먹고, 책보고, 라디오 듣고...

무료한 두 달 동안의 병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주일여가 지나자 생업때문에 부모님도 평택으로 올라가시고나니,

무료함이 더욱 짙어졌죠.




크리스마스가 일주일정도 남아서인지 라디오에서는 캐롤이 하루종일 울려퍼지고,

8 인실 다른 병상에는 찾아오는 문병객들도 많아,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하는 분위기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죠.

그러나 이때도 인정만큼은 넘쳐서 옆병상에 문병온 가족이,

아나고회를 떠와 나에게 먹어보라며 초간장과 함께 몆절음을 주는데,

이때 맛본 아나고회의 맛은 이후 어느 횟집에서도 맛보지 못한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입원한지 10 일 정도 되었을 무렵일까..

제게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한 소녀가 병실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저에게 다가와,

"혹시 조ㅇㅇ씨 아세요?"

"예.. 제 큰아버지 되시는데.. 어떻게 아세요?"

"제가 그분 딸이예요.. 얼마전 친척분 아드님이 입원하셨다해서 문병왔어요~"




첫인상이 어디서 많이 본듯 낯설지 않아,

어디서 봤을까.. 생각해봤더니, 지난해 명동 코리아극장이었던가(기억이 가물가물)

하여튼 거기서 봤던 영화 "닥터지바고"에서, 지바고의 아내로 출연했던 토냐와 닮았더군요.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됐지만, 나이는 저보다 두 살 아래인 17 세 여학생..

그런데 참 묘한 일입니다..

몆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마치 수 년을 만난 사람처럼 전혀 어색하지가 않더군요.




이런 느낌은 그 애도 같았는지,

다음날 저를 다시 찾아왔고 또 다음날도..

나를 위해 책을 구해다 주었고, 나를 위해 계란볶음밥을 만들어 주었고..

어린것들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몆 시간을 마주앉아 문학을 논하고 인생을 논하고..

하루라도 그 애가 오지않으면 그 애가 오던 시간에 맞춰 병실 창밖으로 다가가,

아래 교차로 풍경을 몆 번씩 내려다보곤 했죠.




이렇게 꿈같은 시간들이 이어졌지만,

퇴원을 해야하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이별을 예감해야했습니다.

퇴원하는날 모친께서, 큰아버지께 감사인사는 드리고 가는게 도리가 아니겠느냐 하여,

버스를 타고 모친과 금정구 장전동엘 찾아갔습니다.

큰아버지께서는 출타를 하셔서 집에 안계시는 바람에,

큰어머니와 그 애만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모친과 큰어머니께서 인사를 나누는 사이 밖으로 나온 나에게,

"오빠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봐요~"

입모양은 웃고있었지만 저는 봤습니다.

사슴처럼 맑은 그애의 두눈에 고인 그렁그렁한 눈물을...

그애를 뒤로 한 채 목발을 짚고 모친과 둘이 걸어가는데,

그 애가 더 슬퍼할것 같아 내뒷모습을 정말 보여주기 싫더군요.




어느덧 세월은 흘러 제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습니다.

그 애와 그렇게 헤어진후 저도 지금의 아내를 만나,

두 아들을 낳고, 그 두 아들이 출가하여 지금은 손녀 손자까지 있습니다.

그때 이후 단 한번도 그애를 다시 볼순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 애를 다시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고싶은 마음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었다는거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기가 어렵군요.




이 아침.. 스산한 가을바람이 볼을 스칩니다.

손한번 잡아보지 않았던 그 애였지만,

한낮 가을햇살처럼 따스하게 웃어주던 그 애의 얼굴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그래요.. 그 애는 그렇게 내 가슴에 살면서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가는 거죠.

내 가슴속에 영원한 소녀로 남아,

내젊은날의 초상은 아름다웠노라 그렇게 추억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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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8585@yahoo.co.kr 2015-09-11 10:28:50
답글

창연님도 지금 가을 추억에 빠져 있죠? 그리고, 가을 타는것 맞쥬?

조창연 2015-09-11 10:32:33

    선태님.. 아니라고는 말못하겠슴돠.. ㅠㅜ

김승수 2015-09-11 10:41:31
답글

곧 지나간데유 . 세탁소가서 오리털잠바 찾아 놔야겠네요

세월이, 언넘사위가 먹은 뽕을 먹었나 왜 일케 빠른거야

김주항 2015-09-11 11:07:52

   
찾아서 울 집으로 보내새효....~.~!! (보관 했따 드리깨)

조창연 2015-09-11 11:54:53

    돌뎅이넝감님.. 왠지 제 글과 오리털잠바와는 매칭이..ㅠㅠ

염일진 2015-09-11 11:36:25
답글

아름다운 글잘 읽었습니다.

조창연 2015-09-11 11:55:56

    1진을쉰.. 글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영숙 2015-09-11 11:41:27
답글

누구나 한가지씩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아련하면서 애잔한, 청순하면서 순수한 사랑~~
올가을엔 더 생각 날것 같습니다.^^

조창연 2015-09-11 11:58:20

    영숙님.. 그렇죠 말을 안해서 그렇지
누구나 가슴속에 애잔한 사랑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염일진 2015-09-11 11:42:24
답글

ㄴ전 그런게 너무 없군요.
짠지 라서?

조창연 2015-09-11 12:01:16

    1진을쉰.. 그건 짠지와는 상관없는것 같은데요..
어쩌면 너무 많아 누가 먼저인지 햇갈리는 것일수도............... 후다닥!~~~~~~ =3=3=3

전성일 2015-09-11 13:23:20
답글

가을에 스산한 바람이 불면 이따금씩 생각 나시겠네요...잘 읽었습니다.

조창연 2015-09-11 17:49:42

    성일님.. 가을뿐 아니라 겨울에 만난 애라 겨울에 더 생각납니다.
특히 닥터지바고 영화 볼땐 더더욱이요..ㅠㅠ

이종호 2015-09-12 16:51:03
답글

가심이 애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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