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살기 좋아 졌을까? 계속 살고있는게 정말 더 좋은 것일까?
지지리 궁상맞은 친구가 있었는데요.
조상중에 더운 지방분이 계셨을 만한 까무잡잡한 피부에,
한국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처음 봤는데도 그 동안 살면서 많이 본 듯한 인상, 친근하면서도 그리 친해지고 싶지 않은 외모..ㅠ.ㅠ..
초등학교 때 같이 공을 차다가 힘들어 땅바닥에 앉아 있다 보면 다른 친구들은 멀쩡한데 꼭 이 친구 불알두짝만 양쪽으로 늘어져서 일부가 담을(팬티) 넘어 흐르곤 했던 친굽니다.
다만, 더운 지방 사람들은 느긋하던데 이 친구는 가끔 도발을 하거나, 다혈질적인 면이 있기는 했었습니다.
성인으로서 가졌던 직업은 특이하게도 헤어 디자이너 였습니다.(배우고 있을 때였음).
서울 유수의 자동차학과를(공고) 졸업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 친구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 했습니다.
당시 학창 시절에 뭐 변변한 기기가 있을 때가 아닌데 어디서 얻었는지 때궁물 흐를만한 턴테이블과 그져 그런 음향기기를 갖추고 시간날때면 시내에 나가 빽판을 사다가 듣곤 했었습니다.(돈이 없던 시절이니 시간은 자주 나지 않았겠죠 ^^;;)
그러면서 이 노래가 좋다, 저 노래가 좋다..엄청 옆에서 떠들어 댔는데..
저희는 다소 순수하던 시절이라…Women in love, Reality 뭐 이런거나 따라 부르곤 했었거든요
이 친구는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흑백으로 거칠게 카피된 LP를(청계천 등에서 사온 빽판을 가져와 뭐가 좋은지를 침 튀겨 가며 설명하곤 했습니다.
지랄맞은 성격도 있었는데..친구들과 여름철 변산쪽으로 캠핑가서 찌게를 끓이다가 그 녀석은 고추가루를 넣어야 한다, 딴 녀석은 고추장을 넣어야 한다고 씨름하다가..
지 성질을 못이기고 찌게를 엎어버리는 참사를 저지른 녀석 입니다.
가끔 출근길 레인보우를 듣다보면 오랜만에 한번 정도 나오는 노래 입니다.
전주가 리드미컬한 Bob Welch의 EBONY EYES 입니다.
http://trustjune.blog.me/220455884119
23살때쯤 급성 백혈병으로 선고받은지 얼마 안돼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하늘 나라로 보내봐서 몇시간 동안을 울었고 한참동안은 친구들과 눈만 마주치면 눈물이 흐르곤 했었죠.
울음이 멈추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뒤 부터는 이 노래가 들리거나, 그 친구가 생각나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얼마나 살기 좋아 졌을까? 계속 살고있는게 정말 더 좋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