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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2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5-09-01 18:47:34
추천수 10
조회수   719

제목

복숭아 2

글쓴이

김지태 [가입일자 : 2001-11-13]
내용
국민학교 3학년이던 1974년 아버지는 당시에 지금의 삼성전자 단지이던 영통에 필립스 공장을 짓던 관리 감독자셨습니다.



즉 지금의 삼성전자 단지는 원래 필립스 단지였습니다.



그 때 아버지는 인근에서 하숙을 하셨는데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 계신 곳에 엄니와 둘째형과 함께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타고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갔습니다.



아부지가 계신 하숙집은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집 이었습니다. 집은 꽤 널직해서 아버지가 계신 방과 과수원집 내외가 사는 집은 별채에 있었습니다.



처음가서 며칠간은 화장실을 못갔습니다.



그 집이나 우리집이나 그때는 집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인건 똑같은데  서울놈 티내려 그랬던건지...그건 아니고 화장실이 집과는 좀 많이 떨어진 과수원 입구에 있었는데 전등불 하나 없이 컴컴해서 참 가기가 꺼려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울집은 그래도 전등은 있었는데...



그 집에 일주일 정도 있었는데 과수원집 내외가 참 친절하고 인심도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참 귀한 음식이던 달걀 후라이를 매일 한번씩은 밥상에 올려주곤 했지요.



어쩌면 아부지가 하숙비를 넉넉히줘서 그랬던 것 일수도 있지만요, 아무튼 저로서는 생전 처음 서울을 벗어나 시골생활을 하는게 처음 며칠 화장실가서 응가를 못해결하긴 했지만 곧 적응하고 나서 접한 시골생활은 어린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고 참 좋았습니다.



하루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대청마루에 누워 있는데 과수원 아지매가 한바구니 가득 복숭아를 담아서 내놓고는 실컷 먹으라고 하시는데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먹는 복숭아 맛도 참 별미 였습니다.



집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복숭아 나무가 끝도 안보이게 심어져 있고 가지마다 탐스러운 복숭아가 열려 있었지만 가정교육을 잘 받은 저와 형은 며칠간 한개도 따먹지 않았고 복숭아에 손댈 생각도 안했거든요. 이를 본 과수원댁이 대견하게 보였던가 봅니다. 애들이 애답지 않고 너무 점잖으니까 일부러 먹으라고 잘익고 탐스러운 놈만 따다가 주신겁니다.



이후로도 수시로 과수원 아지매는 저희에게 복숭아를 주셨는데 그때 아마 평생 먹을 복숭아의 반 이상은 먹은듯 합니다. 실컷 먹었어요.



지금도 복숭아를 보면 그 과수원집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때는 공짜로 실컷 먹었는데 지금은 큰 맘 한번 먹어야 먹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ㅡ,.ㅜ



그 과수원은 이미 오래전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구요, 둘째형이 영통에 사는데 어쩌면 그 과수원집 터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지난주에 제가 이름모를 곳에서 복숭아 한박스가 왔다고 와싸다 분이 보냈다면 이실직고 하라고 글을 올렸었는데 알고보니 저희 둘째형이 보낸 것 이었더라구요.



형도 과일가게를 지나다 복숭아를 보곤 1974년 영통의 그 과수원집이 생각 났던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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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2015-09-01 18:59:42
답글

74년이면 내가 처음 국가고시에 합격해 사직동에서
쎄빠지게 교육받던 시절이군요...ㅜ.,ㅠ^

이민재 2015-09-01 19:07:16
답글

저도 과수원이라면 꽤 추억이 있습니다만 현업에, 생업에 계신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비웃음은 온전히 제 몫일 것입니다. 노동. 그 만큼 힘이 듭니다.

지태님께서는 그래도 행복하시고 형제간의 우애가 남다르십니다.^^

김지태 2015-09-01 19:14:16

    제가 그때 고등학생 정도만 됐어도 과수원 일도 거들고 하면서 몇개 얻어 먹었을텐데 제가 국딩 3학년 둘째형도 중학교 1학년 이었으니 그런 변죽이 없었던거죠.

실은 둘 다 눈만 멀뚱 멀뚱 뜨고 저게 복숭아구나...그냥 그러고 있었던거죠.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기 보다는 ㅋㅋㅋ

henry8585@yahoo.co.kr 2015-09-01 19:08:19
답글

1974년도이면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 반친구 만화시계차고 있는걸보고 엄청 부러워했던 때 엿습니다.
왜 그때는 육성회비 300원 내는것도 빠듯했는지. . .??? 에효

김지태 2015-09-01 19:23:19

    저도 기억납니다. 제가 댕기던 핵꾜에서는 시계 못차고 다니게 했습니다. 글구 체크무늬 비니루에 안에는 스치로폼이 들은 보온도시락통도 이무렵 처음 나왔고 그거 들고 댕기는 애들을 참 부러워 했었지요.

이종호 2015-09-01 19:27:25
답글

거북선 250원 청자 150원...ㅜ.,ㅠ^

yhs253@naver.com 2015-09-01 20:31:07
답글

형도 대단하십니다.발신인 이름 없이 보내시다니...

김지태 2015-09-01 20:53:55

    실수로 깜빡 했답니다 ㅋㅋㅋ

박병주 2015-09-01 21:03:43

    주소는 없어도 되지만
전화번호랑 이름은 필수인데 말임뉘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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