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현리 얘기가 있어서..한번 끄집어 내봅니다.(오래전에 올린글을 조금 각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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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이 열리는 때였습니다.(지금도 아련한게 각국의 입장식 장면을 내부반에 드러누버 본 기억이 생생하네요..)
해마다 체육대회를 열고 이러저러한 종목을 갖고 부대별 대항을 했고, 저도 젊으니시절 한 운동을 해서 그 틈에 끼어 출전을 하였고, 우승은 못하고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무렵 2달 후 있을 군단창설(현리에 있습니다.) 기념 체육대회때 여단 대표로 뽑혔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이를 위해 2달간 합숙훈련을 한다는...뭐 이런걸 다...하는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모 대대에 파견명령을 받고 나갔는데 두달간을 합숙훈련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하라는 뭐..그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코치는 중대장급이,감독은 대대장급이 선임되고..첫날 비장한 각오를 새기더군요..모두 세워놓고...만약 우승하지 못하면 나는(대대장) 전방으로 보직 발령받고, 코치(중대장)은 공병부대로 파견되어 노가다 뛰어야하고..선수들은 GP로 파견 보낼것이니 2달간 열씸히 하라는 뭐...
그리곤 2층 대대 막사중 1층 구석의 1개중대 내무반을 훈련 캠프로 내정하여 주더군요,,
오후엔 가볍게 자유시간...(뭐 이제부턴 점호도 없고 훈련도 없고 완전 사회인 신분..)
그래서 병장급 고참들이 모이를 했죠..첫날인데..걍 지나가면 되겠냐...맞다 그러면 벌받는다...뭐 할래?...삽겹살 굽자...어디서?...어디서긴 내무반에서...헉? 내부반에서...그럼 인원이 열댓명인데 이 인원이 어디 짱박혀서 먹을데가 있겠냐...그렇긴 하네..관건은 과연 (먹다가) 언제 걸리냐는 것이다...빨리 걸리면 좀 아까우니 가능한 늦게 걸려야 하는데...그럼 어쩜 좋으냐..그럼 저녁 점호 1시간 전에 시작하자..좋다...
고기 사오는 놈, 야채 준비하는놈, 슬레트 준비하는놈 업무 분장하고...해 지기를 기다렸습니다...(당시엔 스레트에 고기를 많이 구워 먹었으며, 다들 생명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이윽고 해가 지고.....
내부반 3~4곳에 버너에 슬레트 올리고 삽겹살을 굽기 시작했죠...소주도 한잔 하면서...
고참들은 어차피 걸릴 거 가급적 많이 먹고 걸리면 좋을텐데 하며 열심히 먹고...일병,상병들은 혹시 걸리면 어쩌나 하며 초조해하면서도 우걱우걱 먹고....
내무반은 고기 연기와 냄새로 진동하고........
약 4/5정도 먹었을까...아니나 다를까...당직 사령관과 몇 참모들이 들이닥쳐..
내무반의 전경을 보고는...거품물고...죽일래..살릴래...난리를 치고..영창을 보내니..어째니...
아마도 이 양반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을 듯 합니다..내무반에서 병들이 슬레트에 삼겹살을 구워먹다니...그것도 신성한 점호시간에...
그 연기며 냄새며...나중에 안일이지만..냄새가 심해..온 내무반을 다 뒤졌다고 합니다..다행히 우리 내무반은 제일 나중에 들이 닥쳤다는...
뭐..어째든 거의 다 먹고 걸려서..히죽히죽 거렸죠...
당직사령관이 차마 감독(대대장)은 못부르고, 코치를 불러 이XX들 죽이니 살리니...하다가 연병장 뺑뺑이 겁나 도는것으로 해프닝이 끝났습니다..여단 축구 대표이니..어찌 할 수도 없었고....
슬레트에 무시무시한 성분이 있어서인지 몰라도...참 맛있었습니다..둘이 먹다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그리고 예전엔 그것을 많이 이용하였던 기억이..
* 2달 후 특공대 창설이래 처음으로 축구에서 져(우리팀에 ^^) 종합우승을 놓친 그 팀은 현리에서 가리산까지 구보로 복귀했다는..오래전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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