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대 시절.. 고생 쫄쫄이할때,
우연히 종로거리를 걷다가, 군중이 빙둘러 무리져 구경하고 있는걸 보고 뭔가 했더니,
행인의 관상을 봐주는 관상가가 돚자리를 깔고 앉았더군요.
호기심에 저도 봐달라고 했습니다.
제 얼굴을 살펴보던 그 관상가 왈~
"이마 중앙이 들어가있는 형상이니, 중년까지는 고초가 따르겠지만 말년엔 필 관상일세."
그때는 뜨네기 관상가의 말이라 여겨져, 그다지 마음에 두지않고 흘려 들었었는데,
실제로 제 살아온 과정이 중년고생이 자심했던터라,
지금 제 이마를 보면, 이마 가운데에 한마리의 갈매기가 나르고 있습니다.
초년 중년 말년의 기준을 20 40 60으로 본다면,
지금까지는 거의 들어맞는듯 합니다.
말년이야 이제 시작이니 더 지켜봐야겠지만,
핀다고 했으니 피겠지요.
그런데 그 핀다는 말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광범위하게 해석됩니다.
무병장수, 부귀영화, 권력, 명예, 가문의 번영 등 등...
그 중 으뜸이야 무병장수겠지만, 나머지부분 또한 다 누리고 싶은게 인간 본연의 욕심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자신은 자기가 잘알테니,
저 또한 제가 살아온 과정을 볼때, 그 그릇의 크기를 짐작할수 있습니다.
저 많은 것들을 담기엔 턱없이 작은 크기의 그릇이다 라는걸 자각하고 있습니다.
고생이야 할만큼 해봤으니, 이이상 더 나쁘지 않으면 이 또한 피는 것이고,
나로 인해 그 누군가 마음 아프지 않고,
나로인해 그 누군가 기분이 좋아졌다 한다면 이 또한 피는 것이죠.
요즘 평생의 숙원이었던 오디오질에 심취하여,
좋아했던 음악을 참 많이 듣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사람이 살면서 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간이 없어 못하고, 돈이 없어 못하고, 애들이 어려서 못하고, 마눌 눈치보느라 못하고... ㅎ ㅎ
그런 면으로 보면 그래도 저는 하고 있으니 큰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 생각을 하니, 위에 제가 열거한 예중에서 한가지 간과한게 있군요.
그건 바로 자기가 하고싶은걸 하며 사는 삶입니다.
이게 허락되는 삶이야말로 피는것 중 가장 으뜸이 아닐까 합니다.
내일 죽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다 죽는 사람은, 최소한 표정이 어둡지는 않을겁니다.
자신이 좋아하는걸 하며 산다는게,
그게 뭐가됐든 그리 만만치 않은건, 우여곡절을 겪어보신 분들께선 대충 아실겁니다.
인생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건데,
내 삶은 사라지고 타인의 삶에 뭉퉁그려진다는건 참 슬픈 일이죠.
내가 만족하는 삶..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지금껏 그렇게 존재감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내 존재감은 내가 하고싶은걸 할때 부각되는건데,
말년이 핀다고 하니 앞으로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30 여 년도 훨씬 지난 그때 그 관상가가, 제게 암시했던 말년엔 필것이다 라고 했던 말이,
오늘 새삼 새롭게 다가오는군요.
행복이란 결국 자기만족인데,
만족한다는건 자기가 하고싶고, 듣고싶고, 보고싶은걸 할때 우러나오는 것이지요.
그 대상이 뭐가됐든 말이죠..
설마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나쁜 짓을 내가 하고싶던거라고 말하는 분은 없겠지요..
아무튼 그 때 그 관상가가 용하든 아니든,
당신의 말년은 필것이다 라고 했던 말이,
당신은 부귀영화를 누릴것이다 라는 뜻이 아닌건 확실해 보이지만,
그래도 그 말이 기분이 좋게 맞아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지는걸 보니,
제게는 그 관상가 또한 용한게 확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