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초록. 녹음. 청춘…뭐 이런 단어가 5월에 많이 사용된 것 같은데..요즘은 정치, 뒷돈, 수색..이런 단어만 돌아당긴다는…
5월 햇살이 포근하게 비추는 한가한 주말에 시내를 나가면서 거쳤던 태능 쪽 길을 버스에 앉아 쳐다 보노라면..
햇볕에 반짝거리는 플라타너스 잎새의 속삭임이(문맥상 표현이 좀.. ^^;;) 귀에 간지럽게 들리는 듯 하고,
열어놓은 버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싱그런 바람은, 바람의 의도와 관계없는 알 수 없는 가슴 부품을 느끼곤 했습니다.
가로수길의 마치 터널처럼 연결된 플라타너스의 잎새는 언제 보아도 낭만적이였습니다. 그당시에.
“왜 내가 좀 사귈만하면 다들 군대를 가지? “
쑥맥이였지만 덩치가 컷던 탓인지, 그날은 연상의 츠자와 예의 그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걸었습니다.
태능입구에서 일부러 내려 살랑거리는 잎새와, 틈새를 비집고 눈가를 아른거리는 햇살을 즐겨하며..
한참을 걷다 태능푸른동산에 들러..뭐 거기도 특별히 뭘 한건 없고 그져 햇살 즐기고, 푸르름 즐기고…한참을 걷었네요..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 자기와 사귄 사람은 금방 군대 간다고 그러대요..(도대체 몇 놈이나 보낸건지??)
“그러게요…저도 조만간 입대를 하긴 하죠 ㅎㅎ” 쓴웃음 지으며.. 또 걸었죠..
그러면서도..군대가면 면회를 가겠느니..어쨌느니에 대하여는 전혀 멘트가 없더라구요....
한참을, 깊숙히(?) 사귄 사이도 아니었고…요즘 표현대로라면 잠시 썸 탓던 정도 랄까요?
아마 쌍꺼플 자국이 선명할 걸 보면 자연히 생긴건 아닐 것 같고요,
웃을 때 배시시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보이는 고른 치아가..이뻐 보였던 정도..
흥이 좀 있었어요..요즘이면 클럽을 드나들 정도의..
제가 평소 좋아라 하는…하늘거리는 치마를 입는 그런 츠자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데..서울 깍쟁이 같으면서도 보면 배시시웃고, 정 줄 것 같지 않으면서도 좀 흘리고..
걸을만큼 걸었지만…걷는걸 좋아하던 저는…
“나가는 길도 걸어갈까요” “ 했더니..
“지금 걸은것도 얼마나 힘들었는데.,.이 먼길을 또????” 머리를 세차게 흔들더라구요…좀 멀긴 멀었죠..츠자가 걷기엔..
그래서 부득이 버스를 타고 청량리쯤으로 나가서 같이 한잔 했어요. 한잔 만. 좀 개방적이였던 츠자긴 했는데..제가 좀 어렸죠..
나누던 얘기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하더군요..
For the Peace of All Mankind(Albert Hammond)
그 뒤로 애창곡이 되었고, 가끔 노래방에서도 부르곤 합니다.
사람의 기억이 묘한게, 은제적 얘긴데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르면, 요즘같이 울창스런 태능 플라타너스 가로수 터널을 지나다보면..그 츠자 생각이 납니다.
* 사진은 직접 촬영한게 없어 인터넷에서 빌려왔습니다.
둘이 한 산책 ver 2.0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