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쓴 글
============================
무엇을 두려워합니까?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요구하기 위해서 실명을 밝히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서,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 그를 통한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우리 사회 절대적인 과제를 위해서 유가족과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왔던 대한민국의 인권운동가입니다.
지난 3월 27일 해수부가 갑작스레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법 시행령안(대통령령안)을 발표한 뒤 우리 사회는 홍역을 앓았습니다. 세월호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아직 출범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수부가 내놓은 시행령안은 충격이었습니다. 이 정부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기 위해서 시행령으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가로막기로 작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서슴없이 “쓰레기 시행령”이라고 불렀고, 쓰레기 시행령의 폐기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한 달 넘도록 싸워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 1주기도 지났습니다. 지난 해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당신은 7시간 동안 종적이 묘연했었는데, 올해 세월호 참사 1주기에는 유가족들이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던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외면하고 팽목항을 방문한 뒤에는 별로 특별히 중요한 일정도 없는 것 같은 외유일정을 떠났습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국민들이 가장 아파할 때 그 아픔을 보듬어 주는 대통령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는가? 정치가 있고, 정부가 있는가고 말입니다.
국민들은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로 가는 길은 매번 ‘근혜 차벽’으로 가로 막혔고, 당신의 안위만을 지키려는 충성스런 경찰들의 캡사이신과 물대포와 폭력으로 얼룩져야 했습니다. 연행된 유가족에게마저 캡사이신을 눈에 비벼대는 경찰의 모습, 시위대를 적으로 몰아대고 물대포와 폭력을 서슴없이 가하는 괴물 같은 경찰들 앞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은 너무 멀기만 했습니다. 그 멀기만 한 거리는 절망이 대신 자리 잡고 들어섰지만, 그 절망은 당신에 대한 분노와 저주로 다시 채워졌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은 당신의 비정함에 치를 떠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마도 당신은 잘 모를 겁니다. 그럼에도 늘 당신은 유체이탈 화법 일인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고, 그래서 불통 대통령으로 불린 지 오래입니다.
사실 저는 당신을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고, 지금껏 당신을 대통령으로 존중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의 부정선거개입을 통해서 대통령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당신의 이중적이고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계산된 태도에서 인간의 모습이 아닌 철면피한 괴물의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시기에는 유가족을 만나 손도 잡고 눈물도 짓다가도 정치적 상황이 조금 유리하게 전개되자마자 자신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표변해버리는 당신의 모습에서 차디찬 얼음덩어리 야수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을 국회에서 울부짖는 유가족들 옆을 단 한 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당신의 모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은 진실을 알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청와대 게시판에 굳이 글을 쓰게 되는 이유는 마지막으로 알려줄 게 있어서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애써왔습니다. 오로지 진실규명, 오로지 책임자 처벌을 통한 안전사회라는 시대적 과제를 온몸에 받아 안았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참을 수 없는 혐오와 모욕, 폄하였습니다.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에도 정부는 엉터리 배·보상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마치 이 돈이나 받고 떨어져라 하는 듯한 모욕이었습니다. 능멸을 당한 유가족들은 눈물의 삭발식을 해야 했고, 아이들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다시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보도행진을 해야 했습니다.
지난 한 달 중에서 당신은 울부짖는 유가족과 국민들이 보기 싫다고 해외로 떠나서 12일을 지내다 돌아오더니 다시 1주일을 몸이 아프다고 누워버렸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아프다고 누워 있지도 못하고, 배고파 밥 먹는 것도 죄스러운데 당신은 천연덕스럽게 잘도 지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서운한가요? 이 정도를 갖고도 서운하다고 하면 이 나라 국민들이 최소한 지난 1년 동안 당했던 설움과 고통은 정말로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진상규명을 하자고 특별법을 만들자며 전국을 순회하고, 광화문과 국회와 청운동에서 노숙했던 밤들과 끼니마저 끊으며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를 알려달라고 했던 유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으렵니다. 다만 당신이 해외에 나가 있고, 와병 중이었던 그 시간에 청와대가 바로 바라보이는 광화문 일대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경찰의 노골적인 적의에 찬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만은 알기를 바랍니다.
핵심은 그대로 둔 채 문구만 바꾼 시행령안
왜 유가족과 국민들은 쓰레기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대답도 없는 정부를 향해서 외치고 싸울까요? 국민들은 말합니다. “감추려는 자, 범인이다.” 시행령안은 4.16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특별조사위 조직을 고위 공무원이 장악하여 실제 진상규명을 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꽁꽁 감추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니까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꾸었습니다. 여전히 위원장과 각 소위 위원장들은 조사업무 등에 관여하지 못하게 막아서 정무직 위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도를 시행령안에서는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진상규명국의 조사1과장은 국회에 특별검사를 요청하고, 고발과 수사 의뢰도 하고, 청문회도 진행하는 업무를 맡는 등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인데 이걸 시행령안에서 검찰 수사서기관이 맡도록 해놓았습니다. 즉 검찰의 지휘 하에 특별조사위원회 전체를, 최소한 진상규명국을 좌지우지하게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또 안전사회과는 ‘4.16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조사와 대책 마련으로 특별법에서 정한 업무 범위를 최소화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위험 요소들을 점검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염원을 배반한 것입니다.
이런 쓰레기 시행령안의 핵심적인 골격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해수부는 청와대에서 내려오는 방침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역할 밖에 하지 못함을 압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무특보로 있는 김재원 의원 말입니다. 김재원 의원은 지난 1월 16일 ‘세금도둑’ 발언으로 지금까지 특별조사위가 출범도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도록 만든 장본인입니다. 당신이 그를 통해서 이 시행령안을 만들도록 했습니까? 역시 비선 실세를 동원해 세월호 참사를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했던 것입니까? 이런 걸 제기한 걸 두고 또 소송을 걸지 모르지만, 만약 그런 게 아니라 대통령 당신이 직접 방향을 잡아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 당신은 천벌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설마 대통령이 거기까지 신경을 썼을까 생각될 때 김재원 의원이 생각났습니다. 그라면 이런 짓을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음을 지난 해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나 당신 정부의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니면 말고요. 저도 사람인 이상 오해할 수도 있지만, 워낙 당신의 정부는 투명하지 못하므로 이런저런 의심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입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작정입니까?
문제의 핵심은 바꾸지 않은 채 몇몇 조항의 문구들만 바꾼 채 이 시행령안은 지난 4월 30일 차관회의를 통과했고, 내일(5월 6일) 오전 부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내내 이 시행령을 폐기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안을 수용하라고 했지만 역시 당신과 정부는 불통정부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5월 4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나서 이 시행령의 국무회의 통과를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나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국무회의 의결을 보류하고, 시행령안을 보완해 처리할 것을 정부와 청와대 쪽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혹시 이런 요청을 받았는지요? 늦게나마 국회가 이 시행령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시행령안대로 시행령이 제정된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행령인 대통령령으로 법률을 타고 앉아서 목을 조르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주호영 정무특보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그 말로 특별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삭제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입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시행령을 당신과 당신의 정부가 제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부터 조사하라”고 못합니까?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만 한 당신에게 이런 당부를 하는 것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이 글을 씁니다. 이제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갈무리할까 합니다.
정녕 두렵습니까? 당신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태산처럼 무겁고 커서 두렵습니까? 묻고 싶었습니다. 아니라면, 성역 없이 조사해서 유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특별조사위원회에 “나부터 조사하라”고 하십시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성역인 당신을 보호하려는 쓰레기 시행령을 폐기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나서겠다고 밝히십시오. 내일 오전 국무회의를 지켜보겠습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아직 힘이 모자라지만, 이 시행령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지금보다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근혜차벽으로 막는다고 해도, 경찰의 캡사이신과 물대포와 폭력으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으면 당신은 대통령의 권좌에서 물러나야 마땅합니다. 분노한 국민의 손에 의해 끌려내려 오기 전에 말입니다.
부디 유가족이 경찰의 근혜차벽 앞에서 절망하고 울지 않도록, 그들이 당신과 정부를 믿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그런다고 돌아갈 수 있는 유가족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집에 돌아가도 아이들이 없습니다.) 당신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통 가운데에 있는 유가족과 함께 1년을 울면서 버티어 온 한 사람으로 마지막으로 드리는 당부입니다.
2015년 5월 5일
박래군 드림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쓴 글
============================
무엇을 두려워합니까?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요구하기 위해서 실명을 밝히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해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서,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 그를 통한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우리 사회 절대적인 과제를 위해서 유가족과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왔던 대한민국의 인권운동가입니다.
지난 3월 27일 해수부가 갑작스레 4.16세월호참사진상규명특별법 시행령안(대통령령안)을 발표한 뒤 우리 사회는 홍역을 앓았습니다. 세월호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아직 출범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수부가 내놓은 시행령안은 충격이었습니다. 이 정부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막기 위해서 시행령으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가로막기로 작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서슴없이 “쓰레기 시행령”이라고 불렀고, 쓰레기 시행령의 폐기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한 달 넘도록 싸워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 1주기도 지났습니다. 지난 해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당신은 7시간 동안 종적이 묘연했었는데, 올해 세월호 참사 1주기에는 유가족들이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던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외면하고 팽목항을 방문한 뒤에는 별로 특별히 중요한 일정도 없는 것 같은 외유일정을 떠났습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국민들이 가장 아파할 때 그 아픔을 보듬어 주는 대통령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는가? 정치가 있고, 정부가 있는가고 말입니다.
국민들은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로 가는 길은 매번 ‘근혜 차벽’으로 가로 막혔고, 당신의 안위만을 지키려는 충성스런 경찰들의 캡사이신과 물대포와 폭력으로 얼룩져야 했습니다. 연행된 유가족에게마저 캡사이신을 눈에 비벼대는 경찰의 모습, 시위대를 적으로 몰아대고 물대포와 폭력을 서슴없이 가하는 괴물 같은 경찰들 앞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은 너무 멀기만 했습니다. 그 멀기만 한 거리는 절망이 대신 자리 잡고 들어섰지만, 그 절망은 당신에 대한 분노와 저주로 다시 채워졌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은 당신의 비정함에 치를 떠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아마도 당신은 잘 모를 겁니다. 그럼에도 늘 당신은 유체이탈 화법 일인자의 모습을 잃지 않았고, 그래서 불통 대통령으로 불린 지 오래입니다.
사실 저는 당신을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고, 지금껏 당신을 대통령으로 존중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의 부정선거개입을 통해서 대통령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당신의 이중적이고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계산된 태도에서 인간의 모습이 아닌 철면피한 괴물의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시기에는 유가족을 만나 손도 잡고 눈물도 짓다가도 정치적 상황이 조금 유리하게 전개되자마자 자신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표변해버리는 당신의 모습에서 차디찬 얼음덩어리 야수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을 국회에서 울부짖는 유가족들 옆을 단 한 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당신의 모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은 진실을 알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청와대 게시판에 굳이 글을 쓰게 되는 이유는 마지막으로 알려줄 게 있어서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 속에 수장된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애써왔습니다. 오로지 진실규명, 오로지 책임자 처벌을 통한 안전사회라는 시대적 과제를 온몸에 받아 안았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참을 수 없는 혐오와 모욕, 폄하였습니다.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에도 정부는 엉터리 배·보상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마치 이 돈이나 받고 떨어져라 하는 듯한 모욕이었습니다. 능멸을 당한 유가족들은 눈물의 삭발식을 해야 했고, 아이들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다시 안산에서 광화문까지 보도행진을 해야 했습니다.
지난 한 달 중에서 당신은 울부짖는 유가족과 국민들이 보기 싫다고 해외로 떠나서 12일을 지내다 돌아오더니 다시 1주일을 몸이 아프다고 누워버렸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아프다고 누워 있지도 못하고, 배고파 밥 먹는 것도 죄스러운데 당신은 천연덕스럽게 잘도 지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서운한가요? 이 정도를 갖고도 서운하다고 하면 이 나라 국민들이 최소한 지난 1년 동안 당했던 설움과 고통은 정말로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진상규명을 하자고 특별법을 만들자며 전국을 순회하고, 광화문과 국회와 청운동에서 노숙했던 밤들과 끼니마저 끊으며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를 알려달라고 했던 유가족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으렵니다. 다만 당신이 해외에 나가 있고, 와병 중이었던 그 시간에 청와대가 바로 바라보이는 광화문 일대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경찰의 노골적인 적의에 찬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만은 알기를 바랍니다.
핵심은 그대로 둔 채 문구만 바꾼 시행령안
왜 유가족과 국민들은 쓰레기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대답도 없는 정부를 향해서 외치고 싸울까요? 국민들은 말합니다. “감추려는 자, 범인이다.” 시행령안은 4.16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특별조사위 조직을 고위 공무원이 장악하여 실제 진상규명을 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꽁꽁 감추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니까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바꾸었습니다. 여전히 위원장과 각 소위 위원장들은 조사업무 등에 관여하지 못하게 막아서 정무직 위원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도를 시행령안에서는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진상규명국의 조사1과장은 국회에 특별검사를 요청하고, 고발과 수사 의뢰도 하고, 청문회도 진행하는 업무를 맡는 등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인데 이걸 시행령안에서 검찰 수사서기관이 맡도록 해놓았습니다. 즉 검찰의 지휘 하에 특별조사위원회 전체를, 최소한 진상규명국을 좌지우지하게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또 안전사회과는 ‘4.16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조사와 대책 마련으로 특별법에서 정한 업무 범위를 최소화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위험 요소들을 점검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염원을 배반한 것입니다.
이런 쓰레기 시행령안의 핵심적인 골격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해수부는 청와대에서 내려오는 방침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역할 밖에 하지 못함을 압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무특보로 있는 김재원 의원 말입니다. 김재원 의원은 지난 1월 16일 ‘세금도둑’ 발언으로 지금까지 특별조사위가 출범도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도록 만든 장본인입니다. 당신이 그를 통해서 이 시행령안을 만들도록 했습니까? 역시 비선 실세를 동원해 세월호 참사를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지우려고 했던 것입니까? 이런 걸 제기한 걸 두고 또 소송을 걸지 모르지만, 만약 그런 게 아니라 대통령 당신이 직접 방향을 잡아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 당신은 천벌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설마 대통령이 거기까지 신경을 썼을까 생각될 때 김재원 의원이 생각났습니다. 그라면 이런 짓을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음을 지난 해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나 당신 정부의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니면 말고요. 저도 사람인 이상 오해할 수도 있지만, 워낙 당신의 정부는 투명하지 못하므로 이런저런 의심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입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작정입니까?
문제의 핵심은 바꾸지 않은 채 몇몇 조항의 문구들만 바꾼 채 이 시행령안은 지난 4월 30일 차관회의를 통과했고, 내일(5월 6일) 오전 부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내내 이 시행령을 폐기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안을 수용하라고 했지만 역시 당신과 정부는 불통정부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제(5월 4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나서 이 시행령의 국무회의 통과를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나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국무회의 의결을 보류하고, 시행령안을 보완해 처리할 것을 정부와 청와대 쪽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혹시 이런 요청을 받았는지요? 늦게나마 국회가 이 시행령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시행령안대로 시행령이 제정된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행령인 대통령령으로 법률을 타고 앉아서 목을 조르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주호영 정무특보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그 말로 특별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삭제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입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시행령을 당신과 당신의 정부가 제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부터 조사하라”고 못합니까?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만 한 당신에게 이런 당부를 하는 것이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이 글을 씁니다. 이제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갈무리할까 합니다.
정녕 두렵습니까? 당신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태산처럼 무겁고 커서 두렵습니까? 묻고 싶었습니다. 아니라면, 성역 없이 조사해서 유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특별조사위원회에 “나부터 조사하라”고 하십시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성역인 당신을 보호하려는 쓰레기 시행령을 폐기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에 나서겠다고 밝히십시오. 내일 오전 국무회의를 지켜보겠습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은 아직 힘이 모자라지만, 이 시행령을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지금보다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근혜차벽으로 막는다고 해도, 경찰의 캡사이신과 물대포와 폭력으로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으면 당신은 대통령의 권좌에서 물러나야 마땅합니다. 분노한 국민의 손에 의해 끌려내려 오기 전에 말입니다.
부디 유가족이 경찰의 근혜차벽 앞에서 절망하고 울지 않도록, 그들이 당신과 정부를 믿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그런다고 돌아갈 수 있는 유가족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집에 돌아가도 아이들이 없습니다.) 당신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통 가운데에 있는 유가족과 함께 1년을 울면서 버티어 온 한 사람으로 마지막으로 드리는 당부입니다.
2015년 5월 5일
박래군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