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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전문 >
1905년 러일전쟁 직후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110년이 지난 오늘 다시 살아나고 있다.
우리에게 치욕과 불행을 안겨준, 살아있는 역사다. (불행한)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역사는 반복된다.
이 밀약은 미·일 양국이 모두 극비에 부쳤기 때문에 1924년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기록에는 서명된 조약이나 협정 같은 것은 없었고, 일본-미국 관계를 다룬 대화에 대한
각서(memorandum)만이 있었다. “강대국에겐 국제법이 필요없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외교관들이 머리에 새기고 있는 냉혹한 국제현실에 대한 인식이자 불문율이다.
1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 탄 수백명의 꽃다운 학생들이 수장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만주 신경군관학교 2기)가
스승처럼 떠받들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외손자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미국을 방문,
유사시 한반도 진출과 점령의 문을 여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9박 12일 동안의 중남미 4개국
방문 끝에 감기몸살에 걸려 돌아왔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상황은 박 대통령의 감기몸살이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와 5천만
국민이 소름이 끼치는 공황 상황이라고 봐야 옳다. 26일(미국 현지 시각) 시작된 아베 일본 총리의
7박 8일의 미국 방문과 관련, 벤 로즈(Ben Rhodes) 백악관 아시아 담당 국장은
“일본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베의 방문 동안 미국과 일본은 외교·국방장관도 참여하는 ‘2+2 회담’을
열어 미·일 군사동맹의 실전(實戰)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한 몸이 되어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연합 작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유일한 나라인 한국은 ‘2015년판 가쓰라와 태프트’의
강대국 놀음의 희생자가 될 판이다. 박근혜와 5천만 국민이 너무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