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오년정도의 세월동안 A730과 메인-서브의 자리를 쟁탈하던 스투더 D730이란 넘이 오늘아침일찍 시집을 갔습니다.
옆 그레이드급의 앰프와 스피커들이 수없이 들락거려도 이넘들은 한번도 그 주요무대를 남들에게 빼앗긴적인 없는데...최근 이것이 종합검사를 받으면서 시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판정을 받은후 시력수술도 받고, 전력이 부족하다하여 배터리도 교체받고...아뭏은 사람인 제자신의 종합검사보다도 훨씬 비싼 종합검사 및 수리를 받은지 한달쯤 되었습니다. 다시 회춘을 시켰으니 그 주요무대를 되돌려주고자 이국만리 미국에서 수입하여 원격조종기도 선물로 주었는데.... 갑자기 제가 변심을하고 이넘을 분양하기로 했습니다. 무슨 편집증같이 스투더를 자꾸 모아서 쓰곤하였는데....그게다 의미가 없고 "그냥 한대만으로 잘꾸려가자"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섯분께서 예약을 하셨는데...결국 멀지않은 동네에 살고계신 고수께서 아침9시에 오셔서 입양해가셨습니다.
평소에 저의 오디오질을 좀 못마땅해 하는듯하던 와이프가.. D730을 자기와 상의도 없이 팔아버렸다면서 약간 신경질을 내는군요. 가지고 있는것들중 제일 소리가 좋다나??? ....뭐 그런 얘기를 줄줄이 풀어놓네요.
제가 출근하고 없을때 혼자서 매일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집에 CD가 많고 음향기가 있는것은 사실 참 다행이라고 덧붙이네요. 허허허...
그러더니 핸드폰을 뒤적입니다. 그리곤 자기와 좀 갈데가 있다고 하네요....어디냐고 물으니 대답도 안해주고 "당신도 좋아할만한 곳이야 그냥 따라와" 라고만 합니다...무슨소린지 원~
결국 차에 올라서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는데...남양주 어디쯤 되더군요. 가면서 얘기를 해보니 갤러리카페라고 합니다. 갤러리카페???
도착해보니까 이 여인이 갑자기 여길 왜 오자고 했는지도 궁금했지만.. . . 그런 궁금증이 오래갈정신도 없었습니다. Revedell이라는 이름의 카페인데요, 굳게 닫겨있는것으로 보이는 교도소철문 같은것을 스윽 밀고 들어가면 갑자기 영광과 환희스러움이 귀를 자극합니다.
말로만 듣던 독일산 클랑필름 스피커로 한벽이 꽉찬 카페였거든요. 사실은 저도잘 모르고 명성만 들어본 제품인데....와이프가 언젠가부터 여기를 가서 음악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허허허...점입가경!!!
카페의 클랑필름 스피커들 전경입니다
카페이 들어가자 마자 눈에띄는 초대형 클랑필름 스피커들....그 볼륨을 아주작게 해 놓으셨지만 아날로그 LP를 듣는 풍부한 질감과 약간은 거친듯한 따뜻함이 방안을 꽉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스기가가 무엇인지 스피커 주변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옆방을 기웃거리는데... 다시한번 놀랍기도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건축가이며 화가인듯한 사장님이 틀어놓았던 소스기기는 LP가 아닌 스투더의 A730과 D730이 었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질감이 돋보이는 A730이 노익장의 건재함을 보여주듯이 CD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동일한 소스기기인데도 스피커와 앰프의 성향차이로 인하여....이렇게 다른소리를 내어주기도 하는군요. 그중하나는 여기에 오기직전에 내가하나 분양해 버린 넘인데...ㅠㅠ
올해 두번있었던 오디오쇼를 모두 다녀왔지만 그보다도 더멋진 귀동냥 잘하고 왔습니다.
충격적인 장면이기도 했구요.....돌아오는 길에는 괸히 D730을 팔았구나...라는 후회가 드는군요.
*재미있는 현상:
카페의 턴테이블과 CDP, 프리앰프, 파워앰프, 스피커, 프로젝터, 그리고 커피머신....이들중에서 가장 싼것은 커피머신이 틀림없었습니다. 커피맛은 그냥 특색없는 보통이었습니다만, 클랑필름 프리, 클랑필름 파워, 클랑필름 스피커로 이루어진 완벽한 조합은 처음보았고 귀가 호강을 했으니, 커피맛이 그냥 보통이라는것은 완전히 용서가 되고도 남습니다. 사장님은 카페를 하시는건지 카페운영 핑계를 대고 취미생활을 하시는건지ㅎㅎ
사실 십수년전부터 저의 꿈이 바로 이런것이었거든요.
북한강변에 음악을 들을수 있는 스튜디오를 하나 차려놓고 카페를 운영하면서....손님이 커피를 달라거나, 음향기기에 대하여 물으면....귀찮다는 듯이 쫒아내며 틱틱거리고 살다가.. 음악들으면서 그렇게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것이요.
사장님과 몇마디 해보려고 했지만 사장님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시는 편도 아니신것 같고, 사실 카페운영에도 별관심이 없으신듯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님도 별로 없는데....그점이 제게는 특별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미래를 보는듯...^^
멀지않은곳에 위치해 있으니 회원분들도 한번 다녀와 보시기 바랍니다.
아날로그질감의 진수를 정말 제대로 느껴보실수 있습니다
장비
프리앰프: Klangfilm KL-V164b / KL-V073
파워앰프: Klangfilm Re604 Triode P.P. Kll 32623
스피커: Klangfilm KL-L433 Bionor / Klangfilm KL-L437 Biodyn
CDP: Studer A730 /Studer D730
Turn table: Janny and Mich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