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부지런히 밥벌이를 마치고 광장에 도착하니 오후 세시쯤..
광화문과 광장북쪽 사이를 경찰차벽이 막고 있는 상황이 멀리 눈에 들어옵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뭔가 웅성거리는 느낌이 들어 빠른 걸음으로 도착해 보니
유가족 한 분이 쓰러져 있고 주변분들은 "구급차가 왜 이리도 안오는 거야"
하며 발만 동동거리는 모습입니다 한참 후 구급차가 도착해서 어머님을 이송해
가고 주변을 둘러보니 광화문쪽은 몇 분의 유가족분이 경찰차 위에 올라 피켓을 들고
서 계시는 게 보이고 광장쪽은 유가족 포함 수백명 정도의 국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큰 충돌없이 시간이 가는 듯 했으나 광화문쪽의 진압이 시작되면서 버스 위에 유가족분
몇 명은 경찰이 둘러싸 잡아 쥐고는 에어메트 위로 떨어지는 걸 보고 있으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누워서 버티다 제일 마지막에 떨어진 유가족분은 많이 다치셨을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이후부터는 쭈욱 소강상태로 이어지고 저녁나절이 됩니다
이 와중에도 배가 고픈 게 느껴져서 세종문화회관 뒷편에 접어들었는데 오늘은
밥 먹는 게 왠지 죄스러워서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려 빵과 우유를 산 후 세종대왕상
근처에서 꾸역꾸역 입에 쑤셔넣는데 민노총 집회를 마친 분들이 모이기 시작하더군요
부산에서 오신 분들께 잠시 상황을 알려드리고나니 여기도 집회가 시작됩니다
(현재 광화문,광장북쪽,세종대왕상 앞 이 세군데가 경찰벽으로 나뉜 상태)
그런데 민주노총분들이 쎄긴 쎄데요 저를 포함 일반 국민들은 여지껏 소극적으로
구호만 외치고 말았는데 "저게 벽이야 그냥 가자"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어이구 그벽을 뚫기 시작하는 겁니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물대포에 캡사이신
투하에 정신없는 시간이 지난 후....결국 뚫렸습니다 최근들어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터진 길로 우리는 걸어서 광장북쪽분들과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너댓시간의 공방이 오가는데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참으로
짧게 느껴집니다 그 와중에 경찰 한 분이 무장해제 된 상태로 국민들쪽으로 고립이 되었으나
불상사가 없이 걸어서 복귀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쏟아지는 눈물울 주먹으로 훔쳐내며 걸어가는 경찰의 표정이 뭘 말하는지 알 것 같아서
마음이 짠 했습니다
11시가 가까워 오도록 많은 국민들이 남아 있던 현장.. 누군가가 중재를 했는지는 몰라도
밤새워 대치할 것 같던 성황은 광화문에 고립되었던 유가족분들이 광장쪽으로 넘어오게
길이 열리며 마무리가 됩니다
무쟈게 소심한 제가 유가족분들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크게 박수를 치고 "수고들 하셨습니다"하고
외치고 있으니 눈물도 나고 한편으론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길면서 짧았던 하루...참 많은 것을 보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