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에 사는데, 동네 골프장이 장사가 잘 안되는지 저녁에 10불만 내면 카트를 내주고 맥주도 한 캔 줍니다.
별일 없으면 회사의 어떤 친구와 함께 5시 땡하면 달려가서 골프를 칩니다.
어제 저녁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10번 홀, 연못 옆의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했는데 공 옆구리를 까서 낮게 날아가던 공에 떼지어 있던 새들 중의 한 마리가 맞았습니다.
바둥 바둥거리는데 못 일어나더군요.
다리가 다쳤나 했더니, 공 친 친구가 가서 보더니 머리가 터졌다네요.
몇 분 지나니 움직임이 잠잠 해지더군요.
죽었거나 곧 죽겠지요.
측은한 마음에 그 친구에게 집에 가거든 그 새의 명복을 빌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야생 고양이 같은 짐승에게는 잘된 일이라며 할 필요없다고 하더군요.
오늘 점심시간이었습니다.
회사 주변을 잠깐 산책하고 오는 길에 제 머리에 뭐가 퍽하고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만져본 후 손바닥을 보니 새똥이었습니다.
화장실 가서 머리를 감았는데, 나중에 보니 옷에도 여기 저기 튀었더군요.
오후 동안 계속 찝찝하게 일했습니다.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새의 신이 벌을 내리는데 사람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며 웃었습니다.
다른 놈이 저질렀고, 나는 그저 옆에 있었을 뿐인데 이렇게 오해를 받다니 나 참.
오늘 저녁 다시 그 골프장에 갔습니다.
4번 홀 티박스에 가보니 고장난 골프카트가 앞을 가리고 있어서 티샷을 못하겠더군요.
골프장 직원이 그 골프카트에 멍청히 앉아 있구요.
우리가 한 번 보겠다고 하고 전원을 껐다고 다시 켜니 동작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티샷이 가능하도록 카트를 뒤로 밀어보았는데 밀리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새 죽인 친구가 카트를 앞으로 보내겠다며 올라타서 액셀을 밟았습니다.
카트가 앞으로 움직이더니 내리막을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그 친구가 "브레이크가 안 듣는다~~~"하고 소리치더니 계속 굴러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골프카트가 그렇게 빨리 굴러가는 것은 난생 처음 봤습니다.
잽싼 친구라 꼬불 꼬불 아슬 아슬하게 계속 긴 내리막을 내려가더니 평지에 다다라서 길 옆에 서더군요.
식겁했습니다.
새의 신이 제대로 보복하려 했는데 실패한 모양입니다.
그 친구, 이번에는 집에 가서 간단히 제사를 지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새똥 맞은 것은 그 친구에게 골프를 가르쳐 준 죄 때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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