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껄끄러운 여행이었쥬.
수컷들끼리.. 그것두 사박오일 동안 물건너 여행을 가자는 건데.. 이거 참..
모름지기 여행이라면 다정하게 짝을 지어 다녀오는 게 인지상정이거늘.
냄새 폴폴 나는 종족끼리 무슨 재미로.. 술이나 실컷 푸는 거 외엔 딱히 할 게 없는데..
암튼 안 가려고 이핑계 저핑계 대다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의 심정(?)으로 친목회의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슴다.
그래도 명색이 여행이라, 막상 도착해 보니 대만의 색다른 처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우리나라 애들처럼 떡칠하는 화장이 아니구 나름 수수한 꾸밈새가 보기 괜춘했고요. 제법 s급 처녀들도 눈에 밟히더라는..
남방계 답게 쭉쭉한 스타일도 볼 만 했고, 특히 청바지에 예쁜 헬멧 쓰고 스쿠터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젤루 보기 좋았슴다.
온 천지 길거리에 스쿠터 물결.. 울나라도 저리 되면 좋을텐데..
두명이 한 조 되어 방을 배정받았는데, 하필 키 작고 배 나오고 몬생기고 돈 많은 아좌씨와 룸메이트가 되는 행운에 이어서
짐을 풀자마자 시작된 뿡뿡거리는 방구소리를 퇴실할 때까지 감상해야 하는 보너스까지 한아름 받았쥬.
도대체,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건지.. 그냥 막 되는 대로 똥꼬에 힘을 주다 보니 그런 경지에 이르렀는지..
그 쉼없는 깨스의 생산지는 어디란 말인가.. 저 몸퉁아리 어디에 그런 대형 깨스통이 있단 말인가~
이상한 건 호텔 화장실 벽이 통유리로 되어있다는 것이었는데, 물론 커튼이 달려있긴 했지만 굳이 유리로 만든 이유가
뭔지 궁금했슴다. 볼 일 보며 테라스 쪽을 감상하라는 건지. 파트너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감시하라는 건지.
그런데 예의 그 배 나오고 몬생기고 돈 많은 인간은 변기에 앉아 일을 보면서 커튼도 안 치더라는.,
커튼 닫고 싸라고 하니깐 피식 웃고 말더라는. 하여튼 어딜가나 별종은 있어...
그렇게 십여 명이 줄줄이 가이드 뒤를 따라 다니며 남쪽 협곡지역이랑 기념관 등등 구경하다 보니, 며칠은 훌쩍 지나가더군요.
물론 그 와중에, 일과 끝나고 물(?) 좀 좋은 데 놀러가자는 가이드의 은근한 꼬드김도 있었지만,
그런 유혹에 넘어갈 우리가 아니었죠. 그런 지탄받을 짓은 해선 안됨다.
그러니까 마눌들이 남좌들끼리 놀러간다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는 거죠.
여행은 건전해야 합니다.
어쨌된(어찌되었든의 준말) 그렇게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마지막 날 대만의 명소인 101타워를 구경하게 됐습니다.
맨 꼭대기에 올라 한바퀴 빙 둘러 대만 시가지를 시찰하다, 여자 지인에게 선물할 기념품 코너에 들렀죠.
만만한 팔찌 하나 사려고 매대 앞에 서는 순간...
아.. 그런 천사는 태어나 첨이었슴다.
이십대 초반 쯤으로 보였는데 하얀 피부와 수려하고 선한 얼굴을 갖고 있는 여자였습니다.
몸 전체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유연한 라인으로 완전체를 이루고 있었고, 너무나 고급스런 분위기를 갖고있었슴다.
지가 원래 분위기 있는 여자에 약하거든여..
뭘 살지 몰라(마음이 진정이 안돼서) 갈팡질팡 하는 저를 위해 몇가지 쓸만한 아이템을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하나 고르라는 예쁜 눈짓과 함께 '배시시' 웃는데... 아~
정말 녹는 줄 알았다는..
그래도 선뜻 결정을 못하니까, 자기가 그 중 하나를 골라 하얗고 가느다란 손목에 직접 착용하고 제 코앞에 내미는 순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는..
순간 그녀가 차고있는 팔찌를 만지며(차마 손목을 만질 수 없어서..) 짧은 영어로 이렇게 얘기하고 말았슴다.
"Let"s go to my home. Now!!!"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배시시 웃기만 하더군요. 싫지 않은 눈치였...
암튼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계산을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슴다.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아시죠? 아쉬운 이별...
일행을 찾으려 전망대를 한바퀴 돌아(사실은 한 번 더 보려고) 입구 쪽으로 가기 위해 아까 그 매대 쪽으로 향해 가는데
수많은 인파 속에서 유난히 빛나는 그녀가 걸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퇴근을 하는 건지 일보러 가는 건진 모르지만 너무 반갑더군요.
내 앞을 스칠 즈음, 조용한 미소로 작별의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운명의 길을 교차하는 순간...
배시시.. 미소와 함께.
내 어깨에 살며시 손을 스치며 그녀가 말했습니다...
"Goodbye"
으아~ 다음 생애엔 꼭~~ 대만에서 태어나고 싶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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