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고기회식을 하러 진품한우만을 주무른다는 꽤 큰 고깃집엘 갔더랬습니다.
경기가 그런지라 넓은 홀에 드문드문 손님이 차 있더군요.
메뉴판을 보니 100g 당 2만을 훌쩍 뛰어넘는..
얇은 주머니 사정에, 마눌님 계 타는 날이나 돼야 읃어먹을 수 있는 등심을 사먹긴
간뎅이가 허락하질 않아서 반 쯤 저렴한 차돌백이를 주문했죠.
(그런데 왜 하필 차돌박이 인줄 모르겠네요. 이렇게 이름 붙인 이유가 궁금..)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고기에, 해 떨어지기 전부터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간뎅이가 쬐끔 부풀어서, 메뉴판을 다시 정독한 후에
그집에서 가장 비싸다는 최상등급 살치살을 주문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과연...!
눈꽃이 핀듯한 마블링의 살치살은 뽀얀 자태만으로도 몸값을 하더군여.
아까 차돌을 먹을 땐 눈길도 안주던, 나름 훈늉한 언냐가 직접 숯불에 고길 궈주시고..
"이거 어떤 살치살은 좀 질기던데 요건 맛있을래나?"
"어머.. 그럼요. 이거 우리 가게에서 젤루 맛있는 고기예요. 호 호. 너무 부드러워요."
"냠 냠.. 짭 짭.. 음~ 맛이 기가 맥히군"
그렇게 두어 점 먹고 있는데, 언냐가 갈 생각을 않고, 왼손은 허리에.. 오른손엔 그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고기집게를 들고, 비밀스런 음담 회담중인 우리 일행을 밀착 감시(?)하는 게 살짝 귀찮아졌습니다.
"언니.. 이제 우리가 궈 먹을게요. 가서 일 보셔도 돼잉.."
"어머머.. 무슨 말씀이셔유.. 비싼고기 드시는데 구워드려야쥬.."
"안가면 확 신고해버릴꼬얌!"
안가고 찰떡처럼 붙어있는 훈늉한 언냐를 간신히 떼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고기의 참맛이 살아나더군요.
예쁜 샥시가, 밥먹는데 쳐다보면 소화가 잘 안돼서...
고기를 섞어먹는 바람에 주문한 살치를 다 못먹고 일어서려는데..
"홈머머.. 아니 왜 비싼 꼬기를 남기세유?"
"많이 먹었어유. 많지 않아서 포장해가기도 그렇구.. 불도 쪼큼 남았으니 언냐가 궈드세유."
칸막이가 있어서 누가 볼 일도 없었습니다.
말이 끝나자 마자 언냐의 손엔 다시 집게가 들려졌고 홀연히 어디선가 나타난, 더 훈늉한 언냐의 가세로
그 고기 뒷정리는 한층 더 훈훈해졌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분의 환송인사는 살치살 만큼이나 부드러웠다는.. 미더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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