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친구가 있었다.
비록 일찍 만나지는 않았지만, 늦게 만난 기쁨이 더 컷 을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근육질에 섬세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세련된 매너와 해맑게 웃는 얼굴은 연식을 가름하기 힘든 미소년 같은 청순함이 있었다.
이 친구와 다니다 보면 길을 지나는 많은 이들이 우리와 함께 하자고 자리를 내줬으며, 항상 밝고 명랑한 그 친구는 그러한 자리에 익숙해 져서인지 언제나 그들의 앞길을 선도하곤 했다.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한참을 잊고 있었던 [청춘]의 발랄함이나 무한한 잠재력을 떠올리게 할 만큼 친구의 리드미컬한 행보는 보기만해도 부러웠다.
즐거움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했던가. 옆에 있기만 했던 나도 덩달아 스치는 가로수의 잎새에 손을 뻗어 보기도 하고 산들바람이 얼굴을 매만질 때는 부풀어 오르는 희열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그 친구가 가끔 들르는 병원엘 가보니 미모의 스텝들이 반기고 게스트까지 식사를 제공하며, 라운지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캡슐커피와 비스킷, 아무거나 골라서 버튼만 누르면 제공되는 캔음료까지 갖춰져 있던.. 겪어보지 않았던 세상을 구경하여 보았다.
좋은 친구는 주변인들의 가치를 상승시켜 주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물론 아닌 경우도 더러 있다..같이 있으면 작게 만드는 분도 있다…3=3=3)
별 볼일 없던 내가 그 친구와 함께 하면 평상시 그져 그런 주변인 취급하던 사람들도 마치 처음 만나는 호인처럼 태도가 달라진다.
처음 만날 때 두 사람의 인사각도에서 갑과 을이 표시된다던데 어째든 그 사람들은 그 친구와 나타난 나에게도 멋쩍게 허리를 더 숙였던 것 같다.
그런 친구니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들로 산으로 같이 다니며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친구.
때로는 속삭이는듯한 보이스에, 때로는 남성미 넘치는 보칼로 마음을 적셔주고, 햇빛에 그을리라 걱정되면 얼른 차양막을 씌어 주고...
하지만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게 우주의 법칙. 이런 고급진 친구도 가끔은 나름의 쏘셜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한 체면 유지비가 적지않게 들더라.
여러 즐거움을 제공한 만큼 나도 친구로서 적절한 부담은 나누어야 진짜 친구지 싶다.
다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부유스러운 친구일뿐 내가 부유하지 않기에 가랑비에 옷졌다보니 친구로 인한 즐거움은 거기까지였나 보다.
언제나 함께 할 것만 같았던 우정도 냉혹한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다.
기나긴 인생여정에서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게 했던 시간만큼은 진실하였기에 그를 보낸 후회를 글로 남겨둔다. The end.
p.s 와싸다도 같이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