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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이른 봄... 소양댐의 대물과 마주하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5-03-07 15:19:41
추천수 11
조회수   1,425

제목

그 해 이른 봄... 소양댐의 대물과 마주하다..

글쓴이

최대선 [가입일자 : 2009-01-25]
내용
 



                대물이었다..







아슬아슬한 산비탈 자락에 간신히 기대어 대를  쥐고 있는 손끝에 녀석의 거대한 몸체가 꿈틀거렸다.

재봉틀처럼 쿡쿡 아래로 내려 박는 대 끝은 이미 물 속으로  잠겨가고 

덩달아 내 발 끝도 수면을 향해 미끄러져갔다.       물러설 수 없었다.







지난 밤 내내 묶어놓은 듯 정지해 있던 찌불이 새벽 동이 터 올 무렵, 한 마디 잠길 때 

본능적으로 대를 추켜 세우던 내 손은,    그 순간 대물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소양댐 깊은 골짜기 사이로 낚시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강렬한 생명의 줄울음 소리가 울려퍼지고

본격적으로 녀석과 나의 기나긴 사투가 시작되었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는 녀석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나와의 숨 멎을 듯한 힘의 균형은 조금씩 물속으로

잠겨가고 있었다.

한  칸 반짜리 글래스로드에 전해지는 놈의 무게감은 대를 부러뜨릴 듯 했고 천천히 나를 물 가장자리를 따라

놈이 움직이는 대로 끌려가게 했다.







한 쪽에 널부러져 있는 뜰채를 다른 손으로 집어들고  서서히 움직이는 녀석의 발걸음을 따라

산기슭에 몸을 부비며 뒤를 따랐다.      대가 펴지면 끝장이었다.





조금씩 이동하던 앞쪽으로 물가에 서있는 나무가 가로 막았다.   오른 손으로 쥐고 있던 대를 조심스럽게 왼 손으로

나무를 피해 넘겨 잡고 다시 몸을 추스리려는 순간  진중하게 움직이던 녀석이 맹렬하게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이대로 끝이었다. 

이미 내 손은 수면 위에 닿을 듯 했고 대의 절반 쯤이  물속에 잠겨있었다.

새벽녘  한기가 느껴지는 계절임에도 몸은 후끈하게 달아 오르고 입 안이 바짝바짝 타들었다.







얼굴이라도 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대로 목줄이 끊어지거나 대가 부러진다면 아쉬움이 두고두고 나를 떠나지 못할 것이 뻔했다.

필사적으로 버티며 한 쪽 발을 물 속 돌뿌리에 올린 채, 다른 한 손은 나무 등걸을 붙잡고 대를 세우려 바둥거렸다.



그러기를 십여 분...







끈질기게 저항하던 녀석도 조금 지치는 듯  깊은 곳으로 쳐박히는  낚싯대의  끈끈한 진동이 조금씩 잦아들어 가고

대를 움켜 쥔 내 손에 놈의 무게가 서서히 옮겨지며,  치열한 수읽기  끝에 대마를 눈 앞에 둔 기사의 마지막 장고처럼

천천히 놈을 달래며 힘의 균형추를 들어 올렸다.



서두르면 안 될 일이었다.

자칫 무리하게 잡아당기다간  한 번의 용틀임으로 모든 게 낭패로 끝날 수도 있었다.

놈의 힘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리며 다시 십여 분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새벽 찬공기를 뱉어내며  혼신의 힘을 싣고 있던 나도 견딜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버팅기는 손목의 감각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고    등을 타고 흐르는 근육이 굳어져버린 듯 했다.





이윽고...



푸르스름한 여명 아래의 수면으로 녀석의  시커먼 등이 어른거리고 그 거대한 존재감이 나를 숨막히게 했다.



족히 60을 넘겨보이는 대형 야생 향어였다.     이런 녀석은 생전 처음이었다.

마치 잠망경을 접고 물에 젖은 등을 수면에 드러 낸 잠수함 같았다.



형언할 수 없는 희열과  왠지 모를 막연한 허탈함이 나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놈은 쉽사리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간신히 등의 실루엣만 수면에 출렁거리며 좌우로 강하게 헤엄치며 제 살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뜰채를 한 손에 쥔 채로 한발짝이라도 끌어 당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새로운 햇살이 떠오르며 어둠에 잠겨있던

거대한 댐이 눈앞에 고마우리만치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마지막 저항으로 배를 뒤집어대는 녀석의 몸부림에,   눈앞의 수면이 요란하게 터져오르며  

햇빛속으로 눈부시게 녹아내렸다.





얼핏..  놈의 새까만 등줄기와 커다란 반점,  반짝거리는 뱃가죽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천히 끌어 당기며 뜰채를 갖다 댈 기회를 노렸다.













햇빛아래 완전하게  항복해가는 놈의 모습은 거칠고도 아름다웠다.



커다랗고 유연한 몸집과 탄력있는 어체는 살아 숨쉬는 생명력..    그 것이었다..







한참동안을 바라보았다...  낚시 인생에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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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항 2015-03-07 19:52:52
답글

낚씨대로 대물 고기 잡아 채려다
끝내는 풍덩 해서 고기는 놓치고
죽을번 했단 얘기 인줄 아랐다능....~.~!! (글이 찰집니다)

김승수 2015-03-07 21:33:49
답글

대물이라고 해서 돌뎅이 얘긴줄 알았씀돠....~.~!! (글이 쫀득합니다)

김종순 2015-03-07 23:41:33
답글

80년대에 소양호 동면쪽에 향어가두리가 많았지요.
소양댐 선착장에서 모타보트타고 동면, 물노리, 추곡쪽으로 쏘가리 타작 다니곤했는데 요즘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이민재 2015-03-08 02:36:31
답글

대선님 저랑 낚시 다니십시다. 그런데 역할은 정해 놓고요. 저는 입만요. 그리고 분발주 요련 양지만요. (퍽퍽~~)

춘천, 화천에서 향어회 먹었던 기억이 까마득하네요. 낚시는 동강, 서강의 강낚시는 꽤 해봤습니다.

최대선 2015-03-08 12:10:05
답글

낚시는 강낚시가 최고져..
홍천에서 지금은 천연기념물이 된 어름치를
끝보기낚시로 한소쿠리 잡아 매운탕 해먹던 시절이 생각남당.

이상국 2015-03-09 09:30:44
답글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한40여년 낚시 즐기다가 지금은 거의
산의 매력에 빠져서 가끔 출조하는데 예전에 (1990년대)
양구대교 밑에서 향어 엄청 잡은 기억이 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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