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
시집가는 날 등창?
인체의 조건반사?
설 명절을 앞두고 큰며느리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동시에
제 마눌이기도 하는 분이 타미플루 처방을 필요로 하는, 일주일의 격리조치를 요하는
독감의 부름을 명 받았습니다.
제 집에서 매년 거행되는 차례가 취소됨은 물론 설 전야의 부모형제 음주상봉 행사도
그 절차가 대폭 간소화 되어, 수산시장에서 수난 깨나 당하는 각종 바다 생선들의 평화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게 되었고
혼자서 두세 판 분량의 회를 먹어치우는 조카녀석의 주린 배를 야채, 동태전으로 채워주려다
두 판 가량의 달걀을 소비하고도, 결국 상황종료된 부침개 불판위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더라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명절이었습니다.
더불어 매번 명절마다 서울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두 시간이나 걸리는 왕 체증을 똟고
기어코 뵙고야 말겠다는 제 집념의 처가행이, 아쉽지만 무산되는 명절이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울 거라는... 아.. 장모뉨..)
방에 격리조치된 마눌을 대신 해 아이들의 식사를 해결해줘야 하는 막중한 프로젝트 앞에서
저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이미 다년 간의 자취경력을 통해 지붕 위의 호박잎으로도 그럴싸한 반찬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유함은 물론
된장 고추장만으로도 기어코 결과물을 뽑아내는 노하우와 아무거나 적당히 집어 넣어도 음식이 되는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이죠.
아... 조금 과장된 면은 널리.. 두루..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구함다... 속빈 깡통이 더 시끄러운...
그렇게 며칠 연휴 동안 식구들 밥을 제작담당하다 보니 평소에는 몰랐던 주방일의 지난함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먹고 돌아서면 다음 끼 고민에, 순식간에 쌓이는 설거지거리 하며 청소기 돌리고 걸레로 닦고 ...
먹은 거도 별로 없는데 웬 식기류는 일케 많은지.. 손 만 거치면 설거지 거리로 전락하는..
그러나 뭐든 맛있게 먹어주는 식구들 덕분에 연휴의 일과는 순식간에 지나가는군요.
다음은 명절연휴에 좋은 간단 레시피임다..
물을 넉넉한 냄비에 조금 붓는다.
국거리용 소고기를 적당히 썰어 냄비에 투하한 후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끓어 오르면 불을 끄고 거품이 이는 국물을 쏟아 버린 후 고기를 건져둔다.
다시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인 후 고기와 떡국 떡, 마늘 조금,국간장 두어 스푼, 조미료 약간을 투하하여
팔팔 가열한다.
떡국이 한소끔 끓으면 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한다
요리 시작 전 계란 두어개를 잘 섞어 프라이팬에 넓게 두른 후 어느정도 익으면 뒤집어 불을 끈다.
식은 후 가늘게 썰어 지단을 만든다.
김을 두어장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둔다.
그릇에 떡국을 담아 계란 고명과 잘게 찢은 김을 얹어 낸다.
냄비에 물을 적당히 붓고 멸치를 집히는 대로 투하한다.
한소끔 끓인 후 멸치를 건져내고 잘게 썬 묵은김치, 콩나물, 조미료를 적당량 투하한다.
팔팔 끓으면 약불로 은근히 십여분 더 끓여준다.
마지막으로 모든 음식의 화룡점정, 맛의 가늠자인 소금간을 섬세하게 시전한다.
연휴에 느끼한 음식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마나님들을 위하여
위의 개운한 일품요리들을 추천해드리며 신년에도 가화만사성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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