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소설 내시의 딸을 출판합니다.
설 전 날,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와싸다 회원님 한 분의 도움으로 이번에 소설 내시의 딸 2권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제가 게시판에 혹시, 출판사를 하시는 분이나, 좀 잘 알고 계신 분을 여쭌 적이 있지요. 사실 그 때 제게는 10권 분량의 글이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2003년부터 4년간 연재를 하여 약 10권 분량의 소설인데,
처음 연재 당시는 출판하겠다는 곳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글이 길어지면서 저와 멀어졌고, 또 출판하겠다는 곳은 문을 닫기도 하고, 얼마를 투자하면 출판하자 등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정말 저 역시도 잊고 노력도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소설이 이 곳 저 곳 까페 등에서 연재되고 그러는 것을 본 지인이 뭔가 이 작품으로 해보자는 제의에 솔깃하였는데, 솔직히 요즘 출판 시장도 안 좋다하고, 출판의 길이 너무 요원하여 게시판에 여쭙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특히 1960년대 후반의 서울 변두리 상계동이라는 지역의 한 내관 집안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초안산에 모신 내시였던 조부를 그리워하는 걸인 출신의 아버지 형제는 유훈으로 남긴 조부의 말 ‘종친 누구가 어려울 때 남몰래 도와라.’는 명을 위하여, 남파간첩으로 감옥에 간 종친의 약혼녀를 아내로 삼아 남몰래 승화를 길러내는 약속을 지킵니다.
나, 홍승화는 가문의 몰락과 궁핍함 속에서 1970년대의 유신시대를 살아가죠. 공부를 잘해도 선생님이 뽑는 반장은 근처도 못가고, 어린이 회의도 안하던 2학년을 미화부장을 시켜 청소감독과 온갖 심부름을 다 시키면서도, 육성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집으로 쫓아 보내는 날이 계속되자 어짜피 집에 가도 부모가 일터로 나가 빈 집인 아이들은 뒷 골목에 모여 고무줄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집이 가까운 아이들부터 학교로 들어갑니다. 문방구 할아버지가 대필하여 준
‘집에 현금이 없어가꼬 다음에는 납부를 필히 하겠슴니다.’ 류의 편지를 갖고 말이죠.
형편이 어려워 그 넓은 집에 열 가구가 살고, 그 집에는 쓰리꾼도 있고, 날품팔이도 있고 온갖 사람들이 모여 힘겨워하다가, 먹골배를 팔러 가기도 하고, 광나루 물가로 김밥장수를 나갔다가 관리원에게 전부 뺏겼다가 날이 저물어 풀려나면 본전을 잃어 쌀집의 흙투성이 쓰레질 한 쌀을 외상으로 사서 김밥을 말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결국 그도 어려워 어느 할머니 가락지를 뺏는 네다바이꾼이 되어 감옥에 가기도 하고. 이러한 1970년대의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지만, 참 정감 넘치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 흐름은 내관이던 조부의 내시답지 않은 장군의 풍모가 있고, 주막집에서 왼손으로 숟가락질을 한다고 대번에 뺨을 후려치면서 ‘너 어려서 너희 부모님 말 안 들었지?’ 하던 호방한 성격과 초안산의 내시묘역의 이야기와
장기수 아버지와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사실을 알고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 고향으로 간다.’며 떠나가는 분단의 아픔도 있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승화는 아주 씩씩합니다. 육성회비를 일년간 안 내고 다음 해 담임선생님이
“작년에 공짜로 학교에 잘 다녔으니, 올 해는 좀 내라.”
는 말에
“내가 왜 공짜로 다녔느냐? 맞을 만큼 맞고, 혼날 만큼 혼났다.”
말하며 결국 친구들 70명 중 65명의 지지로 반장이 되는
“공부를 잘하면서도 잘 난 척을 안하는 아이.”
라고 친구들에게 평판을 받으며 씩씩하게 자라나는 이야기입니다.
10권을 줄여 2권으로 내기로 한 것이 사실 이 글은 저보다도 연세 드신 독자가 많았던 글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의 어린이 부분을 중심으로 압축할 생각이에요. 그냥 글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압축을 하다 보니, 아직도 퇴고 중입니다.
실제로 상계동에 이 감나무 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열 가구가 바글바글 거리며 살아갔던 곳인데, 초등 친구들 중에는 여럿이 이 집에 세를 들어 같이 산 경험이 있다해서 신기했습니다.
제가 비교적 그 당시를 잘 묘사한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 연재 시절에 어느 분께서 댓글에
‘연차로 보면 나보다 한 삼십년은 아래인데, 어떻게 사십여년전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묘사하는 지 참 대단하다.’ 칭찬도 해주셨고, 해외로부터 많은 이메일도 받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게시판을 글을 보고 메시지를 주신 도영님에게 이메일로 글을 보여드리고 출판의 허락을 얻었습니다.
선뜻 출판의 뜻을 밝혀주신 도영선생님 감사드리며, 솔직히 이 글 말고도 완성도 있는 몇 개 글과 상을 탄 글도 있는데, 아울러 잘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와싸다 회원여러분, 책 나오면 한 권 씩 사주실 거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