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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 증후군~저는 문제없다~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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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7 17:10: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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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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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 증후군~저는 문제없다~ 입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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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선희 [가입일자 : 2005-04-21]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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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절이 다가옵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온갖 음식 장만하고 차례를 지내야 합니다. 맏며느리냐구요? 전 막내며느리입니다. 그런데도 어찌어찌 제가 제사를 모시고 차례를 모신 지 어언 이십여년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에 많은 친척들이 오고, 그럭저럭 큰 집 같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음식 만드는 일, 힘든 것도 있지만 사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음식 냄새나는 것과 사람들 웅성대는 것이 명절 같아 전 좋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업에 실패하시고 고향에 못 내려가시던 시절, 온 동네가 지짐냄새로 진동하는데, 단칸방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우울하게 보내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떠들썩한 고향마을 같은 그런 명절 분위기가 더 좋은 건 당연한 일도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 같은 것도 있습니다.
2년여 전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아버지 홀로 되셨습니다.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두 분만 사셨기 때문에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독거노인이 되셨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아버지를 모셔 와야 하나, 언니가 모시나 오빠들까지 여러 공론이 있었지만, 워낙 엄하시고 음식도 까다로우셔서 모시기 힘들다는 것이 서로의 핑계였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장손으로 늘 고임만 받던 분이라 유별납니다. 반찬도 웬 만 한 건 안 드시고, 술을 안 드시므로 단 걸 좋아하시고, 생활비가 하루만 늦어도 오빠들에게 호령하며 전화하시고, 전자제품이 망가지면 우리들에게 전화하셔서 막 야단치십니다. 우리들끼리는 아버지 흉도 보니까 ‘우리가 뭐 as 센터인 줄 아셔. 직접 전화하시면 될 걸.“ 하면서도 겉으로는 설설 기는 척 하며 새 텔레비전도 사드리고, 가스렌지도 바꿔드리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가까이 살고 있는 언니가 매일 같이 들러 찌개를 끓여드리고, 저는 일주일에 한 번 빨래며 청소를 맡고, 오빠들도 일주일에 한 번 들려 청소도 하고, 필요한 것도 서로 사다놓으므로 그럭저럭 별 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큰 일이 났습니다. 언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언니는 자신의 건강보다는 아버지 걱정이 더 큽니다.
제가 걱정 말라고 하고 언니가 하던 수발을 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형만한 아우가 없습니다. 매일은 고사하고 세 번 가는 것도 힘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한꺼번에 찌개를 한 3일분 쯤 해 놓고 떠서 잡수시도록 하고, 냉장고에는 따로 찌개거리를 앉혀놓고 물만 붓고 끓이면 되도록 놓아둔다고 누구든 집에 들려 찌개가 없으면 물 붓고 끓이라고, 오빠들이나 조카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하였더니, 다 같이 그렇게 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물려받을 유산이 있는 아버지도 아니시고, 평생 우리들 키운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이셨지만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늘 호통치시기 잘하는 아버지 앞에서, 제각기 어디 가서도 빠지지 않는 말발의 소유자이건만 우리들 아버지에게 말대꾸 한 번을 못 합니다. 오빠들은 정말 아버지가 어려워 집에 가면 구석에 앉아 있거나 무릎 꿇고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전기밥솥이 고장 났다면서 어서 사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백화점에 사러 가셨는데, 맨 음식만 팔지 전기제품 파는 곳은 없더라나요. 아마도 할인마트 지하만 다니다가 오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거는 원래 전자제품 매장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려려다가 ‘ 난 그런 거 모른다.’ 호통치실 아버지가 두려워 제가 해결하겠다며 갔는데, 솔직히 고쳐드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겉은 새 것이었는데도, 안 내 솥은 칠이 다 벗겨지고, 우리가 자주 보았는데도 밥솥 안 상태는 엉겨 붙은 게 많아 고쳐드리기가 가슴아파 남편 카드로 내 맘대로 꽤 좋은 밥솥을 샀습니다. 아버지는 찰기 있는 압력솥 밥을 안 드십니다. 그래서 일반 전기밥솥을 사야하는데, 이 일반 밥솥은 제일 좋은 것도 십만원을 안 합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남편에게 ‘티리릭 어디서 누가 얼마를 썼다.’는 카드문자가 가던 말던 새 양말도 한 세트사고, 주방용품이며 욕실용품 등 제가 쓰는 상표들로 아버지댁에 소용되 물건도 한 아름 샀습니다. 조개젓도 샀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양념은 거의 우리들이 해가는 터라 파 마늘 한 동강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려는데, 마침 동네 언니 아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하니, 그 분이 청양고추며 마늘, 파 깨소금에 참기름까지 가서 무치기만 하면 되도록 다 주셨습니다. 그 분들도 아버지 혼자 지내시는 걸 아시거든요. 세상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조개젓이 짭잘한 게 참 먹을 만 하더라.’ 칭찬도 하셨습니다.
어머니 안 계신 자리가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마운 남편은 우리 만약 시골에 집 지으면 친정아버지, 홀로 된 언니까지 다 같이 살자.‘고 진심어린 고마운 마음을 전해 줍니다. 그래서입니다. 내가 우리 시아버님 제사 열심히 모시고, 또 시댁 일에 친정일 못지않게 참여하는 것 말입니다. 부부간에도 정은 오고가는 것 같습니다.
친애하는 와싸다 이장님과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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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사람냄새나는 글이어서
맛있게
읽고 감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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