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시골동네엔
고만고만한 또래들이 20~30명쯤 됐습니다.
지금이야 젊은이들이 모두 도회지로 떠나버려
을씨년 스럽기 광화문역에 그지 없지만~
때는 바야흐로 70년말~80년초반으로 기억함뉘돠.
8월의 낮은 업청 덥씀뉘돠.
낮엔 농사일 돕느라 지쳤던 맘을
친구들 몇명이서 왁자지껄 아지트 삼은 몇집을 두루 다니면서
고스톱.포카 뭐 이런 3치기를 했습니다.
-주로 먹거리-
하지만 이런 놀이도 지쳐갈무렵
누군가의 입에서 수박서리를 가자는 말이 나오고
우리동네는 뭘해도 태가 나는지라
철길건너 이웃동네 원정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 동네엔 유난히 입분 처자들이 많아서
동네의 선배들 몇명은 일찌감치 꾀여와 짝짓기를 하였습니다.
그 동네는 철길따라 걸어가야 합니다.
열 댓명 되는 많은 인원이
오밤중 타동네 원정(?)을 가는 겁니다.
그 동네 실정은 광복절 기념식 참가증 획득과
축구.야구 시합을 위해 국민학교 운동장을 자주 이용하므로
눈에 꿰고 있었습니다.학교 바로 아래 넓게 자리잡은 밭엔
두렁마다 수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원두막이 비었는지 잠들었는지
여유있게 튕겨가면서 따는중!!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가족들한테 들킨겁니다.
그때 후배 몇명이서
들고있던 수박으로 -쥔장으로 사료되는 분을 -모자를 씌워 드리고
곁다리 몇명도 동종의 모자를 써야했고
우린 그틈을 타서 도망을 했습니다.
물론 울 동네완 정반대 방향 이었습니다.
'옥반동 새X들이다'
그동넨 요즘 한창 뜨는 '옥반식품"으로 유명한 옥반동입니다.
의도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결국 수박맛은 못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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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만 더럽힌 어느분 처럼 씁쓸하게
아스팔트 길을 걷고 또 걸어 10리길을 돌아와야 했습니다.
-몽탄면 봉산리 옥반마을 여러분들께 본의 아니게 피해를줘서 미안 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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