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저의 생각 -
“정신질환이 개인적인 의지/노력 부족의 차원 뿐 아니라,
두뇌의 화학적 불균형에서 초래한 것들이 많으므로
신경의학/정신의학/생물학 등 현대 의학이 발달한 지금 굳이 의약을 멀리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우울증은 두뇌의 감기와 비슷하여, 약을 처방 받아 사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 이 정도가 제가 여러 매체를 통해 이해 했고 또 주위 사람에게도 권고했던 사항이었습니다.
은근히 현대 의학에 대한 상식, 두뇌의 작용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바탕에 깔려 있었겠지요.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생각 –
“한 개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의약, 진단기법을 통해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는 참으로 감사할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몇 년 사이에 어떤 장애 진단이 40배가 늘었다는 것이
사회가 40배만큼 어려워졌거나 사람들이 그만큼 약해졌다고 만은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진단 남용이 개입되었다고 봐야 한다.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또는 일시적이고 자연스런 감정의 변화에 대해, 지나친 선제 대응을 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한 분야에 대한 진단 남용은 의학적인 부작용과
개인적/사회적 투자의 편중 등 많은 숙제들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최근에 문제시되었던 갑상선 질환에 대한 과잉진단/진료가 이 정신질환 진단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 과학/의학 상식을 앞세우면서 뒷 단에 감춰진 제약회사 들의 마케팅 전략이나
유행에 편승하는 과오는 조심해야겠다 입니다.
한 쪽의 의견만을 들어왔던 저에게, 생각의 균형을 맞춰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해 준 책이네요.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골랐을 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killing time 용 정도로 생각했지만, 볼수록 빠져듭니다.
많은 통계, 근거, 경험을 제시하면서 논리적인 전개를 통해
그 동안 제가 가졌다고 생각되는 편중된 인식을 바꿔주게 합니다.
관련 의학 역사와 상식을 제공해 주고, 적절한 은유법과 풍자 등 책을 읽는 쾌감도 얻게 됩니다.
마치 리차드 도킨스의 책들을 읽을 때 느끼는 기분도 듭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보면 고정관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
별 근거 없이 지르는 소리는 듣고 보기가 괴로운데,
저자는 딱 저 같은 대상을 두고 집필한 것처럼 그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할 만한 충분한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번역도 적절히 잘 되어 보입니다.
일독을 권해 드릴만 하네요.
목차
머리말 일상의 질병화로부터 나를 지켜라
1부 정신병이 정상을 잠식하다
1 정상과 비정상에 고정된 경계란 없다
2 정신 장애에 이름을 붙여라
3 진단 인플레이션의 거대한 파도
2부 정신 질환에도 유행이 있다
4 마귀 들림에서 다중 인격 장애까지, 과거의 유행
5 자폐증에서 사회 공포증까지, 오늘의 유행
6 건망증에서 폭식 장애까지, 곧 불어닥칠 유행
3부 범람하는 정신 장애로부터 나를 지켜라
7 진단 인플레이션 바로잡기
8 정신과 상담을 받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지침
9 정확한 진단과 잘못된 진단의 실제 사례들
에필로그 우리 대부분은 충분히 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