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가 7년째인데, 언제부턴가 후드가 안 되더라구요.
어느 날은 혼자도 돌아가고, 방법을 몰라 그러나 하고 보면 전등도 안 켜지고
그래도 공기청정기도 있고 문 열어 두는 것을 생각하다가 고치는 걸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오븐손잡이도 삭아 떨어지고—워낙 사용을 많이 해서인 듯 합니다.
후드를 고치려고 관리실에 물어 엔0이라는 업체에 연락을 했는데 며칠 걸려 소식이 없더니 기사가 전화를 해서 외출해 있는 상태에 당장 오겠다고 합니다.
어찌 그럼 내일 아침 10시경이라 하였는데 9시도 안 되어 전화로 지금 출발하는데 불암동—경기도지만 태릉근처-이라 합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아이 밥 먹이고 났지만 옷도 제대로 못 갈아 입었는데—이 것은 사실 근거가 있기에 밝힙니다. 백화점이나 마트나 어디서도 옷 제대로 안 입고 나서면 대꾸도 안 해 주지만, 옷 차려입고 가방 제대로 들고 나서면... 무척 친절해지는 현실에 대한.. 예로써—암튼 촌스런 차림의 아줌마가 되어 기사를 맞았는데,
오자마자 슥 살펴보고는 주방후드 모터를 갈아야 하고 스위치도 교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비용이 모터가 15만원 스위치 3만원. 모터가 그렇게 비싼 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남편에게도 전화하고 부지런히 핸드폰으로 우리 후드 검색을 하는데,
기사가 아주 불쾌한 목소리로 빨리 결정하라고 그럼 그냥 간다고 도구를 챙겨듭니다. 아 근데 검색해 보니 우리 후드가 인터넷 가격으로 23만원대부터 50만원까지 거래가 됩니다. 그러니 18만원 들여 고치느니 새로 살까 하는 생각을 언뜻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하려는데, 기사는 여전히 툴툴거리는데, 아주 무식한 아줌마 대하듯이 정말 예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라고 나중에 생각해 본다고 하니, 출장비 만 오천원을 내랍니다. 왜 이리 비싸느냐고 했더니, 아침부터 재수없게 왜 그러느냐며 원래 그렇다고 큰소리를 내고, 지갑을 보니 오만원권 밖에 없어 내 놓으니 거스름돈 없다고 하고 카드도 안 된다고 하고, 아무튼 별 실강이 끝에 오만원 갖고 기사가 나가서 거스름돈 바꿔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리고도 인사도 명함도 없이 쌩 가버렸습니다. 내가 남자였거나, 집에 남자가 있었으면 이랬을까, 내가 좀 더 성장한 차림이었으면 이랬을까 처음에는 저의 반성만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자 방안에 있던 딸 아이가 나와서 그 기사 명함 받아두라고 어쩌면 그렇게 불손하냐며 화를 내니, 그제야 제가 왜 그렇게 가슴이 떨렸는 가 화가 났는 가 비로소 화가 납니다.
그래서 본사에 전화해서 그 부속품이 왜 이리 비싸느냐고 하니, 자신들은 모르니 써비스센터로 문의하라고 하고, 다시 거기로 전화하여 좀 항의를 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연락이 와서 12만원짜리도 있다고 해서 새 기사가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옷도 제대로 입고 머리도 만지고 기사분 맞았습니다. 무시당하지 않는 것이 영혼이라던가 인격이 아닌 겉모습인 것이 씁쓸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기사분.. 과연 여러 가지 이유로 공손하게 우리 모터가 망가진 것은 후드안으로 기름이 흘러들어 그렇다고 부직포 후드를 권하기에 그러마고 하고 출장비 빼고 나머지와 스위치와 후드 부직포 등을 14만 오천원과 전날 낸 돈과 합계 16만원에 고쳤습니다. 새 기사분은 제 항의 덕분인 지 매우 친철 했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모터가 왜 그렇게 비싼가 배보다 배꼽이라고 기막혔지만, 세상의 많은 갑들의 이야기 속에 합류하고 난 후 갑질이 되겠기에 참았습니다.
언제나 반들하게 후드 바깥만 닦았지 안을 닦은 적이 없기에 망을 꺼내고 안을 닦는데 정말 기름때가 많더군요. 그런데 한참 닦다가 악.. 하고 비명과 동시에 손가락이 후드망 테두리에 쑥 들어가고 피가 나며 아팠습니다. 얼른 휴지로 누르면서 후시딘을 발라야지 하는데 전혀 피가 안 멎고 밑으로 흘러내릴 만큼 흥건합니다. 저 그날.. 정형외과에 간신히 붕대감고 가서 7바늘 꿰맸습니다. 무지 아프더라구요. 근데도 집에 돌아와 딸애가 설거지도 하고 집안 일 해준다고 하는데, 후드가 마음에 안 놓여 결국 밤을 거의 세워 후드망 닦고 부직포를 끼우는데 설명서가 이상하게 다르더라구요. 우리 것은 뒤에 철사 고정이 없는데 거기는 철망을 드러내라는 말만 있어 후드 철망을 밀러 결국 떼어내고 뗀 김에 별 짓 다해서 칫솔 모든 세제 동원해서 새 것 같이 닦았지만 다시 망을 끼우는 건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닌데, 괜히 철망을 떼는 바람에 흑.. 결국 손에 철사로 베이고 핡히고 하면서 간신히 완성...
후드와 전쟁으로 저의 손은 상처 투성이인데, 그 상처보다는.. 갑질하고프지 않은데도.. 혼자인 걸로 알고.. 마구 소리지르고 재수없게 아침부터... 어쩌고 하던 그 기사가.. 아주 괘씸해 집니다.
여러분들도 기사분 방문 때는 부인들게 맡기지말고 직접 부르세요. 집안의 주부들은 .. 요렇게 상처 입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