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는 바람에
전에는 잘 다니지 않던 길을 따라
출근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철거된 빈 공장터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던 길이었습니다.
오래된 블럭집들의 퇴색된 페인트가 무척이나 따분해 보이던 길이었습니다.
이제 출근길에 자주 다니다 보니,
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중간에 하나 있는 목욕탕 앞에는 주인이 화분을 많이 가져다 놓아서,
철마다 꽃이 핀 걸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봄이면 철쭉,여름엔 나팔꽃,가을엔 국화까지.....
그리고 아파트 담장에 장미와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봄철에 하얗게 피어 나는 벚꽃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귀에 헤드폰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매일 출근하는 이쁜 츠자들은 다소곳이 앞만 보며 길을 가고,
담 옆에 핀 장미는 붉고 또 붉으니,
봄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그 나무들의 단풍이 화려하여
지나가는 사람의 쓸쓸한 마음을 달래줍니다.
겨울에는 잎이 다 떨어진 잔가지에 비추이는 햇살의 포근함이
또한 소중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에는 황량하기만 하던 공장 빈터도,
이내 곧 아름다운 조형미의 주택이 들어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기게 합니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돈만 밝히는 주택업자가 아니라
예술적 안목이 있는 설계사의 주문대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그런 건물이 들어 섰으면 합니다.
재건축 바람에 따라 새로운 공인중계사 점포가 개업을 했네요.
깔끔한 인테리어가 보기좋습니다.
이렇듯 길도 자주 다니다 보면 친숙해지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