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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배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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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1 04:18: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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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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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배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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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가입일자 : 2009-01-25]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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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잊지 못할 한 개비..
처음 배우던 고3 시절.. 일찌감치 부모의 곁을 떠나 자취방에서
학교 끝나자마자 몰래 숨겨 둔 담배를 꺼내어 한 모금 깊이 빨아 들일 때..
띵.. 하면서도 짜릿하고 온 몸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에 한 개비를 다 태우기도 전에
담배에 취하던 기억..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녀석과 남산 도서관 입구의 벤치에 앉아 한 갑 꺼내놓고
들이 마시고 내뱉지 않기를 경쟁하며 피우던 쓰디 쓴 환희담배..
그러다 우린 깡소주에 그 벤치에서 잠들었지..
새벽 어스름 찬 이슬에 잠이 깨었을 때.. 우리 앞에 족히 백미터는 넘을 듯 한 긴 행렬..
개관 시간 전에 일찌감치 줄을 선 행렬 앞에 우린...
그러다 입대하던 날 애인의 손을 놓고 비장하게 피우던 한 개비..
훈련소 생활 3주차.. 입대 후 처음으로 담배를 허용하던 날
한 시간의 훈련 후, 조교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담배 일발 장전..."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 소리..
필터가 타들어갈 떄까지 초조하게.. 머리가 핑 돌 정도로.. 한모금의 연기도 놓칠세라
안타깝게 들이 마시던..
자대배치 후 점호시간 직전에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는 담배 한 개비..
기상나팔 소리에 어거지로 일어나 아침구보 후 식판의 밥을 게 눈 감추 듯 먹어 치우고
식기세척장 뒤편에서 눈치보며 맛있게 빨아 대던..
공막사 뒤로 동기 집합해서 신나게 깨진 후 무사히 오늘 하루의 일과가 끝났음을 감사하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한 대..
그녀가 처음 면회 오던 날
읍내 나가서 다정하게 밥 먹고 오래간만에 술도 마시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볼 시간도 부족함을
아쉬워하며...
격렬하고 뜨거운 해후..
말없이 팔벼개를 해주며 피워 물던 담배 한 까치..
이리 저리 눈치보며 생활하던 산 속 파견 시절
고참의 담배 심부름으로 산 하나를 넘어 먼지가 가득 내려 앉은 동네 입구의 구멍가게에서
집어들던 한산도의 간절함..
제대하던 날..
위병소를 지나 정들었던 막사를 한 번 바라보고 발걸음을 옮기며 꺼내던 한 개비..
결혼하기 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전화기를 붙잡고 긴긴 시간 통화하며 피워 대던 담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지...
아지랑이가 나른하게 시야를 파고드는 어느 무르익은 봄 날..
주말 아침..
이름도 모르는 한적한 국도를 60KM의 속도로 느긋하게 달리며
윈도를 반 쯤 내리고 시거잭으로 불 붙이던 담배..
바람과.. 피어오르는 연기와.. 따사로운 햇살... 발 끝에 느껴지는 엔진의 고동소리...
어느 날 오후..
부랴부랴 낚시대를 펼쳐놓고 맥주 한 캔 터트리며 불 붙이던 담배..
긴 사투 끝에 대물 한 마리 살림망에 넣어 두고 느긋하게 바라보며 피워 물던..
동트기 직전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이 끝으로 뽑아 내던 필터의 부드러운 감촉..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피우는 담배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지...
그 맛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지금은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어느 날 어느 순간 다시 그 놈을 곁에 두게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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