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저에게 최고의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아무르"였습니다.
죽어가는 아내를 돌보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담담히 담아낸 이 수작은, 저에게는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 수발을 드셨던 어머니, 그리고 그 두 분의 고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마치 방관자같은 나약한 저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여 보는 내내 저 깊은 심연의 속으로 저를 가라 앉혔습니다. 또한 제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란 것을 알기에, 그 암운은 아마도 눈을 감을 그 날까지 계속 남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그 영화만큼 저를 놀라케 한 영화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편을 꼽는다면 단연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Her" 입니다. 얼핏 진부할 수 내용을 놀랍만큼 아름다운 각본으로 만든 그의 재능(조연/제작도 겸했습니다)에 탄복하면서도, 그의 다음 영화 각본이 "잭에스 프레젠트: 배드 그랜파" 라는 엉뚱함에, 앞으로의 영화가 더 기대가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인공지능 역을 맡아 목소리만 나오지만, 오히려 그녀의 다른 어떤 영화보다도 섹시하게 나옵니다. 점점 스스로를 안으로 닫아, 자신만의 동굴에 살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 낸 호아킨의 촛점 없는 푸른 눈이 계속 여운에 남습니다.
국내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는,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 입니다.
사실 잘 모르는 감독이고, 그 이 전 영화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보는 내내 각본의 짜암새에 반한, 아주 재밌게 본 영화 입니다.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 이 후 가장 대본이 뛰어난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국내영화 중 최악의 영화는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을 꼽지 않을 수 없네요. 그의 과거 영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아니 더 엉성한 시나리오와 어색한 연기.. 그냥 신파조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낮은 수준의 영화를 가지고 이념 논쟁을 하는 것에 대해선 좀 회의적입니다. 감독 스스로 아버지를 생각해서 만든 영화라고 하였고, 저도 영화 보는 내내 뼈 빠지게 가족을 위해 일만 하도 돌아가신 제 아버지 생각에 아내 몰래 눈물도 훔쳤습니다. 그냥 그 자체로만 보시고, 괜한 자기의 프레임을 남에게 주장하지 마시기를... 아마도 싸움의 시작은 조선일보 쪽 같은데, 그렇다면 핀트를 잘 못 잡은 게 아닐까요? 우리가 지금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은 그 누구 때문도 아닌 우리 아버지, 어머니 덕분임을 영화가 누누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 영화때문이 아니라도 우린 우리 부모의 이야기라면 어느 한편 가숨이 시리고, 미안해지고 그러면서도 그리워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