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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놈의 술이 그리도 달고 맛있는겨... 대단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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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8 03:4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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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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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놈의 술이 그리도 달고 맛있는겨... 대단혀..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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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가입일자 : 2009-01-25]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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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는데요.
여럿이 모이다 보면 개성들이 다르기 때문에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술먹는 습관이나 행동들을 보면 흥미롭죠.
제가 술자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술 매너인데요. 잘 먹고 못 먹고를 떠나
주위를 배려하고 분위기에 적당하게 어우러지며 기분을 낼 때는 화끈하게 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술을 강권하는 건 좋지 않구요. 혼자 죽어라 떠드는 사람도
분위기를 해치는 주범입니다.
술잔을 받고 따라주는 행위도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데요.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따라주면서 딴청하는 사람들입니다. 즉, 그 순간에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한다든지 엄한 데를 쳐다 보며 잔이 넘쳐 흘러 내리도록 집중 안 하는 인간들이죠.
가뜩이나 한 잔을 원샷에 털어 넣기 힘든데 표면장력으로 아슬아슬하게 잔 위에 지붕을 이룰 정도로
꾹꾹 채워주다니... 꺽으면 꺽는다고 지랄하면서...
솔직히 쏘주 한 잔 이빠이 채워서 칼같이 원 샷하는 일이 쉽습니까..
입에다 털어 넣고 꿀꺽 해야 하는데 가득 찬 잔은 꼴깍꼴깍 하면서 고스란히
혀와 목구멍을 애무하고 지나가며 쓰디 쓴 맛을 선사합니다.
배라도 부른 상황이면 구역질이 날 때도...
가장 이상적인 술 따라주기는 잔의 80프로만 채워주는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한 입에 털어 넣을 수 있을 만큼 주는 거죠.
그런데 우리 모임엔 괴물같은 주당이 한 명 있습니다.
이 사람은 가득 술 잔을 채워주지 않으면 역정을 냅니다. 왜 따르다 마냐는 거죠.
자고로 남자는 이빠이 원 샷이라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마시는 방법입니다. 가득 채워진 잔을 기울이며 마치 요구르트 빨아 먹듯
목 울대를 울룩불룩 하며 들이키다 거의 비워지는 마지막 순간..
"쪽!!"
하는 소리와 함께 겨우 유리잔에 아슬아슬한 표면장력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반방울의 알콜까지 맹렬하게 흡입하는..
그 "쪽" 하는 소리가 어찌나 기운차고 요란한지 잔에 반사되어 얼굴을 따라 퍼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홀 안의 사람들이 소리나는 근원지를 찾아 일제히 고개를 돌립니다.
말로는 제대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그 선명하고 잔향감 넘치는 싸운드는 평생 듣기 어렵다고 봐야죠..
줄기차게 빨아대는 소릴 듣다보면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여전히 신기하기만 합니다. 물론 한자리에서 댓병은 거뜬한 오리지날 주당이죠.
필 받으면 아침부터 빨아댄다는.. 신기한 건 그의 부인은 완전 청순 그 자체의
가녀린 여인이란 사실. 그런데 그녀 앞에 서면 그렇게 착한 남편일 수 없다는..
덩치는 남산만 해가지구.
제가 마눌과 가끔 가는 동네 고기집이 있습니다.
주인은 제 마눌과 비슷한 나이 대 인데요. 아이들도 비슷한 학년의 초중생이라
어쩌다 밥 먹으러 가면 서로 학교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남들 흉도 보는 광경도
목격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의 넉살과 오지랍은 명물 수준이라 오가며 바삐 일을 하면서도
우리 테이블을 지나며 한마디 씩 멘트를 날려주십니다.
가령 제가 예쁘게 삼겹살을 잘라 집게를 놀리며 참하게 굽고 있으면..
"어머~~ 싸앙뉨~~~ 고기 참 끼가 맥히게 꾸~시네..
아으~~~ 으떠케 이리 .. 크아~ 조켔따~~ "
솔직히 마눌하고 고기 먹으면서.. 술 맛이 나면 얼마나 나겠슴까..
한 병 시켜 놓고 깨작거리다가 삼분의 일 쯤은 남기고 올 때가 많은데요.
그 날따라 일찍 손님이 빠져 나가고 홀에 우리만 남았는데
부지런히 정리하던 그녀의 발걸음이 우리 테이블 옆에 멈추었습니다.
"아으~ 술 그거 한 병을 다 못드시네~ 어으~ 저 한잔 줘요."
"그럴까요.. 잔 하나만 갖고 오세유.."
"잔은 됐구유.. 드시는 잔으로 줘여~"
"아.. 이건 잔에 기름기도 많은데.."
"아으~ 빨랑 주기나 해여~~"
(술이 무쟈게 고팠구먼..) " 받으세여..."
"깜사함니다~~"
한 덩치 하는 그녀가 옆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술잔을 꺽는데......
술잔이 다 비워질 무렵...
제 귀에 낮익은 사운드가 들려 왔습니다.
"쪽" 하며 술잔을 훑어 내리는.. 여자라서 그런지 애교스럽게 귓전을 간지럽히는..
그러나 마지막 남은 생명수를 간절히 흡입하는..
저 진지하고 애타는.. 타는 목 마 름...
그 때 알았습니다.
희귀하지만..
여자사람의 그 싸운드는 분명 하이엔드 라 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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