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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추억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14-12-22 16:51:03
추천수 26
조회수   2,044

제목

라면의 추억

글쓴이

조창연 [가입일자 : 2014-08-08]
내용




제가 나이를 엄청 많이 먹은 사람은 아니지만,

산간벽지에서 태어나 자라다보니 좀 촌스러운데가 많습니다.

저두 잘몰랐지만 찾아보니,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이 1963 년 9월 15 일, 삼양식품에서 중량 100g에 10 원이라는 가격으로 출시했다는군요.

제가 라면을 처음 맛보게 된게 6~7 세 무렵으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가격이 20 원인가 했었던듯 합니다.

당시 20 원은 옥수수따고 감자 고구마 캐먹던 산골 사람들에게는 작은 돈이 아니었기에,

아이들에게 라면 사먹으라며 선뜻 20 원을 건네주는 부모는 거의 보기 드물정도로 귀한 값이었습니다.

기차도 전기도 없던 산골에서의 생활은,

그날 그날 배곯지않고 하루 하루를 넘기면 그걸로 다행이었지요.

양말이란것도 국민학교 졸업후 부모님을 따라 도회지로 이사하면서 처음 신어 봤습니다.



산골아이들이 이발을 하는날은 일년에 두 번 추석과 설날입니다.

산골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립니다.

검정고무신이 낡아 찢어지면 어머니께서 검정실로 꿰메주십니다.

설날을 이틀 앞둔 시점에..

이발을 하려고 마을에서 15 분 거리에 있는 윗마을 이발소를 향해 갑니다.

길 중간쯤에 있는 시냇물을 건너야 하는데,

얼음을 딛으며 조심조심 건너다보면 고무신이 미끄러워 발을 헛딛게 되기도 합니다.

주르륵 미끌어지면서 발이 빠지면 찢어진 검정고무신 사이로 영하의 냇물이 마구 마구 스며 들어옵니다.

금새 발이 얼어 살을 에이지만,

다시 집으로 가면 바보같이 물에 빠진다며 부모님한테 혼날까봐,

울면서 이발소를 향해 갑니다.




이발소에 도착합니다.

산골의 겨울은 대체적으로 한가합니다.

할일없는 몆 몆 마을 어르신들이 이발소에 모여앉아,

누구네 집 소가 송아지를 낳았다는둥 아무개 집 아들이 몆 날 몆 일 장가를 간다는둥 담소를 나누곤 하지요.

난로에 조개탄을 때어 훈훈하기까지 하니,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기엔 아마도 더없는 장소였을 겁니다.

담소를 나누다보면 누군가의 입에서 호기있게,

"오늘 내가 한 턱 내지~ " 하며,

옆에 있는 구멍가게로 가서 꽁치통조림, 라면, 사홉짜리 유리병에 든 소주를 사오십니다.

이발소주인이 냄비와 김장김치를 내오면,

불빛이 벌건 난로위에 물을 담은 냄비를 얹고, 그 안에 김장김치를 뚝뚝 썰어담은뒤 통조림속
꽁치를 넣고 팔팔 끓입니다.

찌게가 끓으면 라면 두 개를 넣고, 스프로 간을 한 후 다시 한소큼 끓입니다.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감히 어르신들앞이라 언감생심 먹고싶다는 말을 못합니다.

이발을 마치고 내려오자,

어르신 한분이 말을 건네십니다.

"얘야! 너 모래변사는 아무개 아들이지? 이리 와 이것 좀 먹어봐라~ "

하시며 젓가락을 주십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맛!

천국에 가면 이런 맛을 볼수 있을까?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정도로 기가 막히고 황홀한 맛이었습니다.


못먹고 못입던 그시절...

그때 맛본 몆 젓가락의 라면맛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제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아,

성인이 된 후에, 어릴적 레시피 그대로 몆 번 끓여 먹어봤습니다.

..................................




그러나 단한번도 그 때의 그 맛을 한번도 재현해보지 못했습니다.




예전 어르신이 군에 갔다와서 들려주는 얘기를 들어보면,

군시절 너무 배가 고파, 식당주방에 몰래 들어가 누룽지를 훔쳐먹다 걸려 직싸게 얻어 터졌는데...

그 때 그 누룽지 맛이 최고였답니다.




아무래도 그 때 그 맛이 안나는걸 보면,

제 배가 너무 부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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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2014-12-22 17:47:34
답글

제 초등 학교시절도
라면이 최고의 사치 간식이었죠.
오늘 저녁은 안성탕면입니다.

김순철 2014-12-22 17:49:38
답글

중2년때 연탄불에 끓여 먹은 삼양라면 맛
지금도 못 잊습니다 1새대 라면은 지금의 맛과 전혀 다르지요
닭의 육수를 주 재료로한 스프-------
지금 라면은 향신료와 고추가루 소금 등 짜고 멥기만하지요

얼마전 꼬×면이 비슷한 맛을 풍겼지만 청양고추를 가미 해서 별루~~~~
맵고 짠 음식은 자신이 없고 본래의 맛을 숨기려 하는 경향이 짖지요.

황준승 2014-12-22 17:52:31
답글

제가 어렸을 때 까만소 라면 맛있게 먹었어요.
최고의 라면은 된장라면 이었어요. 정말 구수한 된장 느낌이 라면에서 났어요.
요즘 나오는 된장라면은 별로예요.

지금 최고의 라면은 꼬꼬면. 이게 인기가 시들하네요.

박승빈 2014-12-22 18:07:39
답글

지금도 얼음물새는 고무신신구 살에이는 산골에서 수십분 걸은후에 라면 먹으면 조금은 그 맛이 날듯합니다..

제가 신라면 초창기부터 꾸준히 먹었는데 확실히 재료가 많이 바꼈어요...

첨에 신라면 국물이 걸쭉하니 맛났는데 요즘껀 좀 밍밍....

수많은 맛난 음식으로 입맛이 변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예전 라면과 재료 차이도 많을꺼라 봅니다

정창화 2014-12-22 18:28:52
답글


우지로 튀긴 삼양라면골드....최고였지요....

조창연 2014-12-22 18:54:45
답글

확실히 라면의 재료도 세월따라 변했는지 옛날 그 맛이 안나더군요.
80 년 대 초 화실에서 작업중 연탄난로위에 양은냄비에 물담아 올려놓고 간식으로 끓여먹던 안성탕면은,
정말 매콤하고 감칠맛나게 맛있었는데요.
별다른 반찬 없어도 김치 하나놓고 서로 한젓가락이라도 더먹으려고 아웅다웅하던 생각이 납니다.. ㅎ ㅎ

선우철준 2014-12-22 19:09:58
답글

날씨가 알싸하게추우니 라면애기가 그럴듯합니다.
국민학교5학년즈음엔가? 이웃에 촌에서 상경하여 공장에근무하던 아마도20세쯤 되었던 아가씨,
일요일이면 아침부터 묵은빨래 척척해놓고 점심때,라면두개삶아서 먹는게 유일한재미였던듯...
덕분에 초대가된건지 습격을한건지 가물가물하지만.처음접한 그때의라면맛은 잊을수가 없어요^^

염일진 2014-12-22 19:22:32

    요즘 가게는 왕성합니까?

선우철준 2014-12-22 19:31:28

    년말분위기가 작년과다르고
내년엔 더못하리라 사료됩니다;^^

이종호 2014-12-22 19:11:02
답글

고교시절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녀석네 어머니께서 커다란 양은냄비에 끓여주셨던 라면이 가장 추억에 남습니다...
"종호야 많이 먹어라..."

최대선 2014-12-22 19:25:34
답글

라면 끓이면 면에서 밀가루맛이 너무 강해서 잘 안먹게 되네요.
예전 밀가루가 더 좋았을까요.. 오히려 지금 거보다 밀의 품질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생협에서 파는 해물라면이 조미료도 덜하고 시원한 맛이 나서 가끔 끓입니다.

한 삼일 굶고 드셔보세유... ㅋ

임기현 2014-12-22 19:57:07
답글

저는 라면보다 라면땅, 자야, 뽀빠이의 기억이...

jbh12044@hanmail.net 2014-12-22 20:10:31
답글

98년도 여름. IMF 한창때...
저도 라면을 무지 좋아했던지라.
밥 없는 라면만 2일을 끓여먹다가.
3일째 아침겸 점심으로 라면 2봉을 또 끓였는데...
입에 넣으려는 순간. 밀가루 냄새가 얼마나 역겹던지
먹어보지도 못하고 우웩~~ ㅋ
그때 알았죠. 라면이 엄청 해롭다는거 ㅠ
요즘은 가끔 먹으니 잘먹습니다. ㅎㅎ

조창연 2014-12-22 20:15:06
답글

친구한테 얻어먹은 라면땅이 무지 맛있었죠.
돈이 없어 자주 사먹을수도 없었지만,
그때는 왜 그리 없이 살았는지.. ㅠㅠ
지금은 돈이 있어도 나이가 들어서그런지 과자는 안사먹게 되더군요.

황준승 2014-12-22 20:24:20
답글

요즘 예쁜이콘, 이브콘 사서 먹어보니 달콤매콤 계피향도 나고 맛나요

김지태 2014-12-22 20:54:00
답글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맛이라 그런걸까요? 저도 옛날 70년대초에 나왔던 라면이 훨씬 더 맛있던 기억입니다.

그중 궁중탕면과 완탕 그리고 한참후에 나온 시락면을 참 좋아했어요. 컵라면 처음 나왔을때 40원인가 50원인가 했는데 아부지가 신세계 백화점에서 사와서 온가족이 겸허하게 맛을 음미하며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중학교때 학교에서 팔던 40원짜리 라면, 50원짜리 칼국수(우동이라고 팔았어요)도 면따로 스프 따로 끓여줘서 신비한 맛이 있었어요.


옛날라면 식으면 기름이 굳고 거칠은 면이 있었지만 다시 먹어보고 싶어요.

황준승 2014-12-22 21:16:53

    우리집에서도 컵라면 처음 나왔을 때 어머니가 두개 사오셨어요
다들 신기하게 쳐다보며 익혀서 나누어 먹었어요

한경탁 2014-12-22 20:58:15
답글

정말 다시 먹어보고 싶은 라면 --> 삼양라면 골드.... 처음 먹었을때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신봉주 2014-12-22 21:08:10
답글

정말 맛깔나게 표현하시네요^^
괜히 을신이 아니라는..ㅎㅎ

정태원 2014-12-22 23:54:54
답글

저는 어렸을 적 V라면 하고 처음 나온 안성탕면을 아주 좋아했었네요
지금은 맛이 변해서 라면 안 먹습니다. 맛이 없네요

henry8585@yahoo.co.kr 2014-12-23 00:45:29
답글

저는 라면을 처음 먹어본것이 초등학교 5학년때 X양라면을 먹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5년전 부터 농심라면은 먹지 않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먹는것에 오물넣어 만든새우깡은요.

sutra76@naver.com 2014-12-23 01:54:10
답글

창연님 눈물이 핑 도네요... 감동적인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저도 어르신들의 어려운 시절을 되세겨 오늘부터 잘 살아 보겠습니다.

125.128.***.137 2014-12-23 10:48:36
답글

저 어릴적에 엄마가 5일장 다녀오시면 정말로!!!! 어쩌다가 라면을 사오시는 경우가 있었는데....그게 라면 1개씩 개별포장된것이 아니고...아무런 인쇄도되지 않은 투명비닐로 포장된 5개가 한꺼번에 포장된 것만 사오시더군요...
개별포장된라면 5개보다 그게 더 쌌던것이지요...맛도 조금 못했던듯....

그 라면을 끓이시는데... 양을 늘리고자 라면1봉지에 비슷한 량의 국수를 넣고....당연히 간이 싱거워지니까
김장김치 썰어넣고...그리 끓여서 먹었네요...
동생들하고 서로 라면 한가닥이라도 더 먹을려고 치열하게 다투고...국수면발은 영 맛이 없거던요...ㅠ.ㅠ

이런 야그하면 뇐네에다 꼰대라고 하니 ....쩝..

조창연 2014-12-23 11:22:39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지나간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날 누리는 행복이 더 소중하고 값진것이죠

이경연 2014-12-23 14:31:43
답글

제가 중곡동에 살았는데 뺑뺑이 돌려서 경희중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제 기억으론 그때 버스 교통비와 라면 한봉지 값이 대략 비슷하였던 것 같았습니다 생라면 부셔먹는게 너무 맛있어서 차비로 라면을 사먹고 이문동에서 중곡동까지 걸어왔던 기억이 납니다....된통 고생하고 그후론 다시는 그딴짓 하지 않았습니다^^

박병주 2014-12-23 14:54:55
답글

맨처음 라면은
'왈순마'였씀돠
라면값이 계란값과 같아서
암탉을 따라다니다 계란을 낳으면
잽싸게 들고 텨서
라면과 바꿔먹곤 했음돠
죄엄는 암탉은 이젠 폐계됐다고
ㅠ ㅠ

이영진 2014-12-23 14:56:31
답글

해피라면과 삼양라면골드가 그립네요... 찾는 사람 많은데 그맛으로 출시를 못하는 이유는 지금같은 추세에서 예전처럼 msg 득뿍 넣어서 만들수는 없어서라고 들은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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