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회사의 투자 전략이 인상적입니다. ㅎ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5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다. 얼리어답터를 읽는 독자들중에는 앞으로 몸에 칩을 박고 영생을 얻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때도 계속 얼리어답터를 읽기 바란다.
한편, 자동차 회사들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점점 분야를 확장시키는 IT 기업들의 공세를 대비해야 하고, 친환경 차도 만들어야 하며, 고성능 차도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바쁜 자동차 회사들, 요즘엔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까? 그리고, 5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1. 테슬라 – 연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다.
테슬라는 가장 성능이 좋고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또, 가장 진보된 IT기술을 탑재한 차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센터페시아에 박아 둔 1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3G 데이터망과 연결해 웹서핑, 전화걸기 등을 할 수 있다. 태블릿 PC가 할 수 있는 기능 이상을 제공한다. 게다가 알아서 수시로 기능을 업데이트 해서 자고 일어나면 다른차가 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테슬라의 고민은 배터리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 생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가 배터리 수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고민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미국 네바다주에 세계 최대 리튬이온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짓기로 확정했다. 2017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며, 약 5조5000억 원(총 50억 달러)이 투자될 예정이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발판 삼아 현재 2만 대 수준인 연간 생산량을 2020년까지 50만 대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차 가격도 덩달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장이 완성되면 배터리 단가가 현재에 비해 최대 3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테슬라의 혁신은 끝이 없다.
2. 아우디 – 완벽한 무인자동차를 만들 것이다.
아우디도 IT기술과 자동차를 연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율 주행 기술을 공개했을 정도다.
아우디의 고성능 차 RS7으로 만든 자율주행차가 지난 10월, 독일 호켄하임 서킷을 빠른 속도로 주파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240km에 이를 정도였다. 중요한 건 운전자의 조작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위치정보(GPS)와 3차원 카메라로 수집한 데이터를 자율주행시스템이 분석해 최적의 주행경로를 계산하고, 차가 알아서 그 경로를 달렸다.
하지만 이 자율주행차보다 더욱 관심이 쏠리는 기술이 있다. 진행 방향의 다음 신호를 알려주는 기술로, 일종의 교통신호 인식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인터넷을 기본으로 한다. 인터넷을 통해 다음 신호등의 정보를 받고, 이를 계기판 등에 띄워준다. 다음 교차로에 어떤 신호가 들어오는 지, 녹색불은 몇 초 뒤에 켜지는 지, 정차 없이 신호를 받으려면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면 되는 지 등을 알려준다. 운전자는 이 정보를 따르기만 하면 물 흐르듯 신호를 받을 수 있으며, 정차 횟수가 줄어드니 기름도 아낄 수 있다. 이 기술은 내년부터 출시되는 차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3. BMW – 모든 차를 탄소섬유로 만들 것이다.
BMW도 IT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와 스마트기기를 연동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꾸준히 내놓고 있으며, 자율 주행 기술도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 BMW의 자율주행 기술은 드리프트까지 능숙하게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BMW가 무엇보다도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는 친환경 자동차다. 전기차 i3,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 등 지속 가능한 자동차를 늘리고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BMW가 약 2200억 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공장을 증설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가볍고 튼튼한 탄소섬유 사용량을 늘려 기존보다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목표 생산량은 현재의 3배다.
탄소섬유로 만든 BMW i3의 차체. 검은색 부분이 탄소섬유로 만든 부분이다
BMW는 탄소섬유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회사다. 친환경 자동차를 만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감량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무게를 줄이면 기름을 적게 먹고 이산화탄소도 적게 배출한다. BMW는 이미 일부 모델의 지붕이나 프로펠러 샤프트 등을 탄소섬유로 만들어 넣었다. 뿐만 아니라 i3와 i8는 아예 차체를 탄소섬유로 만들고 있다. 올해 초에는 탄소섬유로 만든 핸들과 휠도 공개했다. 앞으로 탄소섬유로 만든 부품 종류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한다. BMW의 탄소섬유 사랑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 푸조 시트로엥 – 2리터로 100km를 달릴 것이다.
푸조 시트로엥도 친환경 자동차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것도 아주 독특하고 독보적인 방법이다. 전기 대신 공기를 다뤄 연료 2리터로 100km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시트로엥이 지난 9월에 공개한 C4 칵투스 2L 에어플로우 콘셉트는 공기로 고효율을 달성한 자동차다. 주변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셔터나 날개 등으로 효율을 높이기도 했지만, 핵심 기술은 에어 하이브리드(Hybrid Air)다. 압축된 공기로 동력을 만들어 엔진에 힘을 보태는 기술이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추가적인 힘을 만드는 일반 하이브리드와는 접근 방법부터가 다르다.
에어 하이브리드의 장점은 시스템의 무게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는 무겁지만, 에어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공기탱크는 가볍고 부피도 작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 소형이나 준중형급 자동차에 넣기 안성맞춤이다.
5. 볼보 – 교통사고 사망자를 0명으로 만들 것이다.
볼보의 안전 집착증은 끝이 없다. 안전 기술 개발을 위해 약 780억 원을 들여 새로운 성능 시험장을 만들었다. 지난 8월, 스웨덴 예테보리의 볼보 본사 근처에 볼보의 새로운 성능 시험장이 문을 열었다. 순전히 안전을 위한 시설로 이름부터가 아주 야심차다. 새 성능 시험장의 이름은 ‘아스타제로(AstaZero)’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볼보는 이 성능 시험장에서 차세대 안전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 등을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아스타제로의 면적은 약 200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275개를 합친 크기다. 현대차가 구매한 8만 제곱미터짜리 한전 부지의 25배에 달한다. 볼보 본사가 있는 예테보리가 시골 마을 아니냐고? 예테보리는 스웨덴 제 2의 도시로,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 같은 곳이다.
6. 현대차 – 땅 부자가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땅을 샀다. 땅값으로는 10조5500억 원을 사용했다. 낙찰받은 한전 부지의 감정가 3조3346억 원의 세 배가 넘는 돈이다. 게다가 부지 매입에 따른 세금으로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총 13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땅값으로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도 당했다.
거액을 주고 삼성동 땅을 매입한 현대차의 입장은 이렇다. 전세계에 산재한 계열사를 관리하기 위해 통합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하고, 세계 5위 자동차회사로써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등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라고 한다. 잘 와닿지 않는 얘기다. 또한 삼성동 땅값은 부동산 침체에도 연평균 9% 정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충분하다고 한다. 차라리 이건 잘 와닿는다.
폭스바겐이 만든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stadt)
현대차 한전부지 매입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10조 원이면 지방에 도시 하나를 세울 수 있는 돈이다. 이 돈을 다른 지역에 투자했다면 더 가치있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stadt)’를 세운 폭스바겐의 행보와 자꾸 비교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아우토슈타트와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볼프스부르크는 인구 15만 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아우토슈타트는 현재 연간 200만 명 이상의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폭스바겐이 아우토슈타트에 투자한 금액은 약 5700억 원 정도였으며, 지금도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땅값으로는 얼마나 들었는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