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요즘처럼 춥던 어느 겨울날 저녁...
등에 베낭을 멘 한 남루한 행색의 오십 대 남자가
마을 집집을 찾아다니며 잠자리를 부탁하며 다니고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전쟁후유증에 먹을게 귀하던 시절이라,
인심이 사나워 모두 거절했던것 같습니다.
우리집에도 왔었는데 낯선 사람을 경계한 부모님이 거절하자,
추위를 피하기위해 여기저기 헤메던 그 남자는,
동네 한켠에 있던 담배건조실 안으로 들어가 볏짚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던 모양인데,
다음날 아침,
담배건조실앞 밤나무아래 싸늘하게 웅크리고 앉아 얼어죽은 그 남자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어른들이 지서에 연락해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
그 남자의 베낭에서 망치며 대패 끌 등 공구들이 나온것으로 보아,
여기저기 마을을 떠돌면서, 집수리를 해주며 근근히 생계를 해결하던 사람이 아니었나 추측..
저도 시신을 본건 이 때가 처음인데..
철없던 우리 어린애들은 그 베낭에서 나온 공구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었죠.
오늘 1진을쉰 글을 보며,
옛날 그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군요...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