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백수로 지냅니다.
지난 주는 백수 주간이라 4박5일 여행 다녀왔습니다.
일본 큐슈 남단끝인 가고시마에서 동지나해를 따라 남쪽으로 배를 타고 두시간 내려가서 다다른 곳
야쿠시마입니다.
후쿠시마와 이름이 비슷하지만 후쿠시마와는 정반대의 상징성을 가진 곳입니다.
후쿠시마가 인간의 욕망의 결과로 다다르는 파멸을 상징하는 곳이고
야쿠시마는 미야자키 감독의 모노노케히메 우리나라에서는 원령공주로 상영된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섬이고
일본에서는 최초로 1994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인간과 자연의 대립과 공존의 상징이라 할만한 섬입니다.
원령공주외에도 일본에는 이 섬이 배경이 된 영화가 몇개 있다고 하고
시간의 숲이란 우리나라 영화도 이섬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야쿠시마섬은 1400만년 전 쯤 화산 활동에 의해 생긴 섬이니 제주보다 먼저 생긴 섬입니다.
넓이는 제주의 삼분의일정도 거제도보다 약간 큰섬인데 높은 산이 많습니다.
가장 높은 미야노우라다케가 1936 미터 이고 그외 천미터가 넘는 산이 마흔개 정도 된다고합니다.
강수량이 많아 해안가는 연간 4000미리 산악지는 8000-10000 미리 정도이니
거의 매일 비가 온다고 보면 됩니다.
한달에 35일 비가 온다고 하더군요.
살고있는 사람이 2만명이고 사슴이 2만 원숭이가 2만 정도 거주하고 있답니다.
서부 도로쪽은 원숭이와 사슴이 점령하고 있어 그 도로는 노선버스가 없습니다.
섬이 크지는 않지만 강수량이 많아 제법 큰 강들이 있어 낚시나 래프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바닷가에는 여름이면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로 오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바닷가를 함부로 다니지 않게
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변 바다는 스쿠버다이빙으로도 좋은 장소라고 하고
해안을 따라서 온천이 많습니다.
등산 낚시 해수욕 온천 스쿠버와 래프팅 등 골프를 제외한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섬을 찾은 이유는 레저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고
원령공주의 숲을 거닐고 싶어서입니다.
마누라도 같이 가지 않겠다고 해서 할 수없이 혼자갔습니다.(사실은 바라던대로)
이 섬은 삼나무로 유명합니다.
이 섬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있어 나무가 자라기에는 척박한 토양이지만
이 척박함 때문에 나무는 천천히 자라고 그 반대급부로 수명이 길어진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곳의 삼나무는 천년이 넘게 자란 것들이 많습니다.
긴 세월을 천천히 자랐기 때문에 크기는 커지만 나이테가 아주 촘촘하고 목질은 단단하여
일본 에도시대때부터 이곳 삼나무를 벌목하여 성의 건축에 사용했다고합니다.
삼나무를 일본말로는 스기라고 부릅니다.
스기나무중 이 섬에서 천년이산 자란 나무을 야쿠스기라고 부릅니다.
많은 등산 루트들이 있지만 노선버스가 있어 근접하기 가장 좋은 코스 두군데를 걸었습니다.
일반 하이킹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 길이기도 합니다.
아라카와구치 코스입니다.
이 길은 이섬에서 가장 높은 미야노우라다케로 가는 등산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상 못미쳐서 조몬스기까지 다녀옵니다.
아라카와구치입구에서 조몬스기까지는 11키로미터정도입니다.
이 중 9 키로미터정도를 삼림철도를 따라 걷게됩니다.
삼림철도는 이 곳 삼나무를 벌목하기 위해 만든 철도이므로 이 철ㄷ가 있는 곳 까지는
야쿠스기 즉 천년이상의 큰 삼나무는 없습니다.
모두 베어 사용했기 때문에
9킬로미터의 철로구간이 끝나면 본격적인 등반로가 시작됩니다.
조금 올라가면 WilsonStump라는 커다란 그루터기가 있습니다.
나무 밑둥에 공간이 있어 십여명이 충분히 들어갈만 하니
원래 나무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갑니다.
나무 밑둥 공간에서 하늘로 구멍이 나잇습니다.
위치를 잘잡고 보면 하트 모양이 나옵니다.
하트를 예쁘게 잘 찍으면 예쁜 사랑을 한다는데 ..
좀 더 올라가면 조몬스기가 있습니다.
조몬스기는 이 섬에서 가장 오래된 삼나무입니다.
7300년 정도 된 나무라고 합니다.
두번째 산책은 시라타니운수이쿄입니다.
여기도 커다란 삼나무들이 많긴 하지만
그보다는 이 계곡에 원령공주의 숲이 있습니다.
가다만난 사슴
아라카와 철로에서도 사슴을 몇번 만나 놀랜적도 있고
원숭이도 만났습니다.
모든 것을 이끼가 덮어버립니다.
등산로를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이끼가 벗겨진 곳을 따라가면 됩니다.
한참을 가면 원령공주의 주인공 산의 늑대어머니인 모로가 거주하던 타이코이와에 도착합니다.
여지껏 시야를 막고있던 숲이 사라지고 탁트인 광활한 산들의 모습이 나타나면
이 갑작스런 시야의 변화 때문인지 가슴이 펑 뜷립니다.
모로는 언제나 이렇게 너른 공간을 바라보고 지내고 있었군요.
지난 9월 말쯤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강송 군락지인 봉화군 춘양에 갔었습니다.
내년까지 춘양면의 금강송군락지를 3천억원인가를 들여서 동양 최대의 수목원으로 만든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 곳의 상황은 처참하더군요.
3천억원어치 콘크리트를 처바르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체험관이니 연구소니 교육관이니 하는 엄청난 콘크리트 건물이 몇개씩이나
군데 군데 들어서고 있는 걸 보고 아찔해져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야쿠시마의 숲과 그 숲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고
봉화의 그 콘크리트 건물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