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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는..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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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5 22: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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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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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는.. ...입니다."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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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철 [가입일자 :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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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디오꾼 고정철입니다..
오늘 갑자기 친구녀석이 물었습니다.
"너 대체 취미가 뭐냐?"
직장에 일이 생겨 일찍 귀가하게 되자, 게임방이니, 플스방이니, 노래방이니, 당구장이니, 가자고 쫄라대다 지친
친구녀석이 다소 도전적으로 던진 물음이었습니다.
저는 별 생각할것도 없이 재빠르게 대답했지요.
"음악감상이다!!"
.....?!
...그런데 대답해놓고 보니 뭔가 이상하더군요.
음악감상이라.. 분명 음향을 위해 두달치월급에 달하는 거금을 쏟아붓긴했는데..
내 취미가 음악감상.. ..이였나?
뭐랄까.. 정답이 되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취미생활에 혼란이 온 저는, 답을 구하기위해 혼란의 원흉인 친구녀석을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한달사이에 모든 시스템이 자리잡은 제 방에, 두달만에 놀러온 친구녀석은 정말이지 깜~짝 놀라더군요.
"이거 다 뭐야?!!"
문득 뿌듯해진(?) 저는 친절하게도 일일이 손으로 짚어가며 에누리 최고가로서 모델명을 대신하여 소개해주었죠.
옆에서 제가 신나게 떠드는 동안, 잠시 머릿속으로 주판을 팅기던 친구가 읊조렸습니다.
"미친놈.."
저는 일단 'X'표시해둔 궁극의 리스닝 포인트에 친구놈을 앉혀놓고 리시버 볼륨부터 잔뜩 올려놓았습니다.
아직 오디오개념이 안잡힌 제 친구의 특성상 출력으로 음질을 논하기때문에 초장에 기를 죽이자는 작전이었습니다.
역시나! 놀란 눈빛으로 연신 양 프론트스피커를 오가던 녀석은 급기야 리모콘을 뺏어들고는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틀어보더군요.
저는 친구놈의 뒤통수에 타점을 맞추고 회심의 일갈을 장전했습니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나의 취미다!! 핫핫핫
이윽고 정지버튼을 누르고 돌아서는 녀석에게 한마디 해주려는 순간, 저는 멈칫하고 말았습니다.
뒤돌아보는 친구녀석의 표정은 뭐랄까.. 한심해서 말문이 막혔을때의 그 답답한 눈빛..
"그래.. 이거 들을라고 한학기 학비를 썼다 이거지.."
정말이지 참신한 표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말로는 툴툴거리면서도 "영화볼땐 쫌 좋네.."라며 영화한편을 다 돌려본 친구녀석이 가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내가 오디오에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뭘까?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오디오를 좇는 이유는 뭘까?
분명 오디오의 본래목적은 음향을 위한 것이지만, 저는 음향을 위해 오디오를 구입한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저음 중음 고음이 어쩌고저쩌고하는거.. 저는 잘 못느낍니다.
그래서 사용기를 통하여 남의 귀를 빌려 듣습니다.
저는 제가 사용하는 기기가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물어보고 결론내립니다.
가만보면 오디오라는 것이 어떤 권위있는 귀를 따라서 획일적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군들 중에서 구매목록에 오르는 기기들은 한정되어 있지요.
입문기가 있듯이 말입니다.
다른 분들은 자신의 취미에 대해 뭐라 대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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