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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사주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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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6 00:4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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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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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사주실래요..."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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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가입일자 : 2009-01-25]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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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던 가을도 시나브로 자취를 접어가던 11월 어디쯤인가...
추적 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빗소리에
아득하게 비어버린 마음마저 사방 어딘가로 흩어지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린다.
받을까.. 말까...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저.. 민인데요.. 저 아시죠..."
"네....."
"이따가... 저 술 한 잔 사주실래요..."
"그러죠.. 근데 거기가 어디죠.."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작은 우산을 손에 든 그녀는
빗방울에 스며들어 피어오르게 아름다웠다...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젖어가며 걷고 있었다...
무작정 걷고 싶었다.. 그만 걷자고 할 때까지..
문득... 비에 젖은 그녀의 뒷덜미가 아프게 아름다웠다..
눈에 띄는 작은 소주방으로 향했다...
오이소주 한 주전자를 불러 놓고.. 우린 그렇게 말없이 술잔을 주고 받았다...
비워지는 술 주전자와 함께 우리의 안타까운 거리도 차츰 무뎌지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떠오르며 ...
취해 보였다...
취한 듯 보였다..
아니.. 내가 취한 건지도 모른다...
아니... 취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뭐라 얘기했지만 그건 아무 의미 없었다..
우린 그 곳을 빠져 나왔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랬다..
순간이 지나가면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어디론가 들어서고 있었다..
어디라도 좋았다..
그녀와 함께라면...
그녀는 미로와 같았다..
지나쳤던 길을 다시 지나고..
어디로 빠져 나가야 할 지 아득하기만 했다...
벗어날 수 없었다..
민이는...
뜨거운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나지막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나에게로 ... 먼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냥 .. 자신을 내버려두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깊은 곳의 뜨거운 바람이 내 귓가를 타고 흘렀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또다른 불행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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