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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집 아즈매.....(픽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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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1 19:5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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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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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집 아즈매.....(픽션)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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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일진 [가입일자 : 2011-11-12]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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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어스름 저녁 속에 메밀밭 위를 지난다.
달빛이 봇짐이랑 장서방 어깨에 포근히 쏟아진다.
오늘 하루 고단한 보부상이 무에 그리
신날 일이 있겠는가만
저 산 밑에 보이는 붉그스레한 주막집 등불은
입가에 미소를 짓게한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사랑을 찾아.
주막에 도착하니 벌써 술꾼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흥청인다.
손님 접대에 정신없는 주모의 얼핏 반가운듯한
눈길에 먼길의 피로가 풀리는듯.......
오늘 많이 팔았슈?
국밥과 막걸리를 건네며 배시시 웃는 그녀.
하지만 이내 곧 딴 손님한테로 가버린다.
그 쪽엔 이 동네 마름인지 걸쭉하게 생긴자가
몇몇이 어울려 술판이 거한 모양이다.
주모하고 얘기라도 해 볼량이면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를 판국이라 구석 골방에 먼저 들었지만
온몸이 피곤한깜에도 잠이 쉬이 오지 않는다.
창호지에 비친 달빛이 푸르고 옆에 누운 나그네의
코 고는 소리가 분주하다.
주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드름 피우는
사내의 목소리도 거슬린다.
내일은 아무도 깨기전에
그냥 조용히 길을 떠나야지 다짐한다.
막걸리 한잔 탓인지 설잠이 얼핏 들었다가
새벽 닭 우는 소리에 깬다.
봇짐을 챙기고 살그머니 나오는데
안방 문앞에 주모 신발과 함께 웬 남정네 신발이
같이 놓여 있다.
순간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빠져 나가는
걸 느낀다.
잠시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등에 맨 봇짐 끈을 다부지게 당기며
사리 문을 나선다.
아직 새벽은 미처 가지 않고
동녘이 희부연한데 길 옆의 달맞이꽃만 서글프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되었나.
장돌뱅이 자신의
신세와 닮았기에 한 송이 꺾어 본다.
터벅 터벅 길을 가니 그날 밤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어른거리고
다시는 이 쪽길로 오지 않으리란 처절한
맹세에 가슴이 저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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