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세월호 관련 집회 참가자가 입었던 복장 증거를 찾겠다며 시위자 자택 옷장과 신발장까지 수색했다. 당사자와 시민사회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노원경찰서 소속 경찰관 2명이 양효식씨(56)의 서울 노원구 자택을 찾아왔다. 경찰은 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양씨 집의 신발장, 옷장을 뒤지고 사진을 찍었다. 당시 출타 중이었던 양씨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바로 집으로 달려갔지만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이미 수색을 마치고 돌아간 뒤였다.
노원서 관계자는 "양씨가 지난 5월 세월호 관련 집회에 참가해 해산명령이 내려졌는데도 따르지 않았다. 집회 당시 찍은 채증 사진을 제시했지만 양씨가 사진 속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해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 지휘 아래 수색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채증 사진에 찍힌 점퍼와 신발, 모자, 마스크 등 4가지를 영장에 적시해 나갔고 점퍼와 모자를 집 안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집회에 참가했다고 집 안을 뒤지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며 "예전에도 집회 참가 문제로 몇 차례나 사람을 경찰서로 불러 조사하더니 이제는 경찰이 집 안까지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집회 참가를 이유로 자택을 수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경찰관은 "집회 참가자가 경찰을 폭행했다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해산명령 불응으로 수색에 나선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영장을 발부한 서울북부지법은 "보통 집회 참가 여부는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확인하는데 양씨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집회에 참가해 달리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검찰이 본인 확인을 위해 수색이 불가피하다고 적극적으로 소명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에 참가한 사람에 대해 수색영장을 발부한 경우는 처음 본다. 청구한 사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집회 참가는 기본권 행사에 속하는 것인데 영장을 청구한 쪽도, 발부한 쪽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가볍게 여기고 수사 편의성만 생각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심진용·허남설 기자 sim@kyunghyang.com>